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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모든 열풍의 ‘핵’…MZ세대를 모셔라(4)] 미래고객 잡기 위해 조직문화까지 바꾸는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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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MZ세대는 새롭고 신선하면서 재미있는 금융 경험을 기대한다. 동시에 편의성과 간편성을 우선으로 추구한다. 물론 자산관리는 기본이다. 어쩌면 공급자 위치에 있는 기업들의 ‘할 일’은 MZ세대가 떠오르며 훨씬 많아진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미래 ‘큰손’ MZ세대 유치 경쟁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들을 알아야 그들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MZ세대가 은행장을 ‘아바타’로 만든다

MZ세대는 소통에 적극적이다. 직접 경험하는 것을 즐긴다. 새로움을 추구한다. 흥미로운 것에는 아낌없는 지지를 보낸다. 물론 MZ세대 전체를 이러한 성향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대체로 그러하다. 디지털 미디어에 익숙하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더 발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MZ세대 현실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MZ세대에게는 단순히 상품을 진열하고 광고를 나열하는 것으로는 마케팅이 통하지 않는다. 실제로 ‘얼마나 진정성 있게 소통에 임하느냐’가 중요하다. ‘꼰대’라는 표현이 언젠가부터 유행어처럼 퍼지며 세상 많은 ‘아재’들을 자기반성하게 만든 것도 말로만 하는 소통은 소통이 아니라는 MZ세대의 암묵적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소통은 내부에서부터 출발한다. ‘내로남불’하면 안 된다. 조직 기반이 MZ세대와 동떨어져 있으면 아무리 트렌드를 따라가려 해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보수적인 문화로 알려진 은행권이 디지털 문화를 기반으로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MZ세대와 어떻게 하면 친숙해질 수 있을까? 사실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은 그 어려운 문제 해결을 위해 ‘조직 문화 혁신’에 나서고 있다. MZ세대의 시선을 유도하기 전에 은행 내부에 있는 MZ세대 목소리에 먼저 귀 기울인다. 인터넷은행이 속속 출범함과 동시에 MZ세대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며 그 절박함은 더해졌다.

일단 금융그룹 회장들부터 나서 MZ 세대 위주로 조직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행장들은 가상 공간 속 아바타가 돼 신입행원과 셀카를 찍고, 게임을 한다. 소통체계도 혁신하고 관료주의를 버린다. MZ세대가 조직에서 창의성과 주도성을 바탕으로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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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8월, 아바타가 돼 MZ세대 직원들로 구성된 블루팀과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소통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실시했다. 우리금융 블루팀은 고객 관점의 서비스 아이디어와 영업현장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는 조직으로, 우리은행과 우리카드 등 자회사 영업점 및 고객센터의 MZ세대 직원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손 회장과 매월 정기 간담회를 통해 그룹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디지털 사업에 관한 자유로운 의견을 상향식(Bottom-up)으로 개진하고 있다.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도 직접 메타버스에 탑승해 그룹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각 분야 활동과 성과, 미래 방향을 담은 ‘2020-2021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을 축하했다. 그 역시 아바타로 변신했다. 김 회장은 “DGB의 ESG 활동을 알리는 15번째 보고서를 발간하게 돼 뜻 깊게 생각한다”며 “딱딱한 보고서 이미지를 벗어나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하도록 MZ세대에게도 친숙한 가상공간 ‘메타버스’를 활용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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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그룹은 최근 직급과 소속을 떼고 MZ세대와의 소통에 나섰다. 수직적 호칭과 획일적 복장, 휴가 결재 과정도 없앴다. 신한문화를 재창조하기 위해 진행 중인 ‘재창조(RE:BOOT) 신한’ 프로젝트 일환으로 MZ세대 직원 중심으로 구성된 자치조직 ‘후렌드(who-riend) 위원회’를 출범했다.

후렌드 위원회는 주류 세대로 부상하고 있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직원들의 창의성과 주도성을 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구성된 자치 조직이다. ‘후(who·누구)’와 ‘프렌드(friend·친구)’의 합성어로,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MZ세대 특성을 지칭해 조직 이름을 지었다. 직급과 소속 등을 넘어 모두가 막힘없이 소통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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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는 왜 카카오뱅크에 열광하나?

조직문화부터 상품·서비스 혁신까지, MZ세대를 향한 금융권의 변화 중심에는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있다.

최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입성해 연일 치솟는 주가 행진을 보이고 있는 카카오뱅크는 MZ세대가 전체 이용자 중 63% 비중을 차지한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지난 7월 20일 기업공개 전 기자간담회에서 “‘잠재 고객’인 10대들의 카카오뱅크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고객 연령대는 ▲10대 7% ▲20~30대 56% ▲40대 22% ▲50대 이상 15%로 나타났다.

카카오뱅크는 처음부터 ‘비대면 은행’으로 탄생한 곳이다. 시작부터 기존 은행과는 다른 환경에서 다른 경쟁력으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스마트폰에 익숙하지만 비대면 금융에서 소외됐던 Z세대를 제대로 파고든 ‘틈새 전략’은 놀라운 성공을 거뒀다.

지난해 10월 만 14~19세 전용 상품으로 시장에 내놓은 ‘카카오뱅크 미니(mini)’는 10대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부모님 도움 없이는 금융을 접하기 어려웠던 이들에게 일종의 가상 계좌를 발급하며 다가간 게 유효하게 작용한 것이다. 지난달 말 기준 카카오뱅크 미니 가입 청소년은 85만명이다. 국내 만 14~19세 인구의 39%에 달하는 수준이다.

‘26주 적금’ 또한 재테크 출발점에 서있는 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부담 없이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26주 적금은 1,000원·2,000원·3,000원·5,000원·1만원 가운데 하나를 첫 주 납입금액으로 선택하면, 매주 그 금액만큼 증액해 적금하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첫 주 1,000원을 납입금으로 설정하면, 다음 주에는 2,000원, 셋째 주에는 3,000원, 마지막 주인 26주차에는 2만 6,000원을 납입하는 구조다. 26주 적금을 성공한 이들이 소셜네트워크(SNS)에 ‘인증샷’을 공유하며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었다. 재테크에 관심이 많지만, 여윳돈이 부족해 작은 금액으로 편리한 방식의 금융 경험을 원하는 Z세대 욕구를 간파한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직원 모두 이름과 직급을 떼고 영어 이름으로 수평적 소통을 한다. 직원 80% 이상을 40대 이하로 채웠다. 디지털 혁신 속도에 발맞추기 위한 경영 전략이다.

특히 이곳에는 ‘보고한다’는 말이 없다. 대신 ‘공유한다’고 표현한다. ‘보고’는 보통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하는 말이기 때문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회의에 참여하는 이들 전원이 동의해야만 아이디어가 채택된다. 그 과정에 있어서 직급과 부서, 나이, 성별 등은 상관없다.

또한 ‘성과’를 중시한다. 개발이나 정보기술(IT) 인력을 ‘비용’이 아닌 ‘미래 투자’로 보고 큰돈을 들여서 데리고 온다. 성과에 따라 연봉을 다르게 적용하기 때문에 호봉제를 시행 중인 시중은행에 비해 능력 있는 개발자를 데려오기 쉽다. 2~3년에 한 번씩 부서가 바뀌는 점도 개발자들이 기존 금융사를 꺼리는 이유다.

MZ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디지털 문화에 친숙한 환경에서 자라왔기 때문에 카카오뱅크나 토스,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등 핀테크·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에 익숙하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의 편리성과 친숙함을 끊임없이 혁신하지 않으면 그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기는 어렵다.

삼성을 국내 1위 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으로 올려놓은 이건희 회장은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희대의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내부 혁신’은 모든 혁신의 출발점이다. 금융권이 앞으로 어떤 혁신을 통해 MZ세대와 호흡해 나갈지 앞으로가 주목된다.

※ 본 기사는 한국금융신문에서 발행하는 '재테크 전문 매거진<웰스매니지먼트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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