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아프간 미군 기지에서 휴대전화로 헬기 탈취 촬영하는 탈레반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아프간을 20년 만에 다시 장악한 탈레반은 트위터에서도 80만명이 넘는 팔로워를 확보하는 등 정교한 소셜미디어(SNS) 전략을 구사 중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5일(현지시간) 영국 방송사 ITV에 따르면 페이스북, 유튜브에서는 탈레반 계정을 차단한 가운데, 별도의 제재를 하지 않는 트위터에서는 탈레반 대변인 계정에 팔로워가 80만명을 넘어섰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대변인 계정의 팔로워는 38만4천여명, 수하일 샤힌 대변인 팔로워는 46만8천여명이다.

탈레반은 이들 계정에 정기적으로 게시물을 올리며 선전 창구로 삼았으며, 팔로워는 꾸준히 증가세라고 ITV는 전했다.

지난달 말 아프간에서 미군이 완전 철수하면서 20년 만에 정권을 다시 잡은 탈레반은 알고보면 온라인에서 정교하게 활동 중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영국 싱크탱크 '전략 대화 연구소'(ISD)의 무스타파 아야드는 "탈레반은 정교한 온라인 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높은 수준으로 제작된 탈레반 게시물이 페이스북, 유튜브에서 단속을 피해가기도 하며, 트위터에서는 "도처에 탈레반 자취가 남아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런 움직임은 탈레반이 아프간을 처음 장악했던 20년 전과 달리 급변한 온라인 풍속에 맞춰 변모하려는 시도라고 ITV는 짚었다.

당시엔 SNS라는 게 생소했으며, 특히 아프간에서는 인터넷 사용 인구가 0.01%에 불과할 정도로 기반이 얕았다.

하지만 탈레반이 20년 만에 아프간을 재집권하고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으려 하는 상황에서는 SNS가 요긴한 수단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탈레반이 트위터에서 가짜 계정이 아닌 공식 계정임을 표시해주는 '파란 딱지'를 받으려 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옥스퍼드대 연구원인 모나 엘스와는 "공식 계정 표시가 실제로 붙는다면 마치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을 국제사회가 인정해준다는 듯한 신호가 될 수 있다"면서 "또 그들이 트위터에 올리는 게 합법적이라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은 폭력을 부추기고 자행할 능력이 있다"면서 "문제는 이들 계정이 그렇게 하고 있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SNS 회사들이 그렇게 중요한 결정을 서둘러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미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가 탈레반 통치의 정당성과 관련한 결론에 이를 때까지 SNS 회사들이 당분간 지켜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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