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대학 개강 전 남녀 분리 지침 발표
남녀 따로 수업 듣고, 여대생은 아바야·니캅 착용해야
아프간 탈출·경제 위기에 대학생 수도 급감

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대학의 한 강의실에 남학생과 여학생을 분리하는 커튼으로 된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카불=로이터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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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간) 개강한 아프가니스탄 카불 대학의 한 강의실 중앙에 커튼이 설치됐다. 공간을 반으로 나눈 커튼 한 쪽에는 남학생이, 다른 쪽에는 여학생이 앉았다. 여학생들은 모두 얼굴을 제외한 신체 부위를 가리는 긴 옷(아바야)을 착용했다.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의 대학 풍경이 확 달라졌다. 탈레반이 가을학기 개강을 앞두고 각 대학에 새로운 교육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문서로 내려진 지침에는 △남녀 수업 공간 분리 △여학생 전용 출입구 사용 △여학생은 여성 교사나 나이가 많은 남성 교사의 수업만 허용 △여학생의 아바야ㆍ니캅(눈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옷) 착용 등 엄격하게 남녀를 분리하는 내용이 대거 포함됐다. 피치 못하게 강의실을 함께 써야 하는 경우에는 커튼이나 판자 등으로 남녀를 구분하거나, 수업 시간을 조정하도록 했다. 이 지침은 가을학기가 시작된 카불, 칸다하르, 헤라트 등 대도시 대학에 일제히 적용됐다.

이 같은 지침에 대학가는 불안한 표정이 역력하다. 카불대에 다니는 안질라(21)씨는 “(아프간이) 20년 전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커튼을 설치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헤라트대 한 교수는 “한 시간짜리 강의를 30분씩 나눠 남녀 따로 수업을 했다”며 “이 같은 교육 방식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크게 줄었다. 알리 라마니 가르지스탄 대학 총장은 “탈레반 장악 이후 30% 정도의 학생들이 이미 아프간을 떠났다”라며 “탈레반의 통제로 여학생들의 출석률도 크게 낮아졌다”고 우려했다. 카불의 한 사립대 교사도 “가족이 직장을 잃는 등 경제적 문제를 겪는 이들이 많아 학교로 돌아올 수 있는 학생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6년부터 2001년 첫 집권 당시 탈레반은 아프간 여성의 대학 교육과 노동을 금지했다. 하지만 지난달 15일 수도 카불을 장악한 후 탈레반은 "이슬람 율법 안에서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