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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 (일)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사실은] 트럼프 "100조 무기가 탈레반에",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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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장비는 미국으로 즉시 반환할 것을 요구해야 하며, 여기에는 850억 달러의 모든 비용이 포함됩니다(ALL EQUIPMENT should be demanded to be immediately returned to the United States, and that includes every penny of the $85 billion dollars in cost)."
- 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성명


최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면서 8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00조 원 정도의 무기를 놔두고 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미국의 첨단 무기가 정권을 잡은 탈레반에게 넘어갔다는 주장이 미국 보수층을 중심으로 일파만파 커졌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도 한 수 거들었습니다. 850억 달러를 미국 인구로 나누더니 "미국 국민 1인당 265달러, 우리 돈으로 30만 원을 테러리스트에게 기부한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공화당 의원들까지 거들며 정치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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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언론들이 이 주장을 팩트체크하고 있는데, SBS 사실은팀도 직접 자료를 찾아보며 검증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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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무기가 갔을까



트럼프와 공화당 의원들이 주장하고 있는 '850억 달러'는 어떻게 해서 나온 걸까요. 워싱턴포스트(WP)는 아프가니스탄 재건 특별감찰관(SIGAR)의 분기 보고서에서 나온 수치 829억 달러를 의미한다고 설명합니다.

사실은팀이 직접 보고서를 찾아 확인해보니, '아프간 보안군 기금'(ASFF) 항목에 828억 9천977만 달러를 쓴 걸로 돼 있습니다. 전쟁이 발발한 2002년부터 지난 분기까지 쓴 총예산입니다. 아프간 보안군 기금은 미국 의회가 아프간 군과 경찰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했습니다. 예산을 기금 형태로 조성한 뒤 아프간에 지원하는 식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말한 850억 달러는 20년 동안 들어간 기금을 약간 부풀린 수치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는 늘 그렇듯 반올림을 즐겨 한다"고 비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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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아프간에 어마어마한 무기를 지원한 건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얼마나 지원했는지 전체 기간의 통계를 찾기는 어려웠고, 미국회계감사원(GAO)이 2017년 발행한 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국방부 예산을 분석한 결과가 포함돼 있습니다. 미국은 아프간에 2002년부터 2016년까지 60만 개가 넘는 무기를 지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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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가운데 81%가 소총과 권총이었습니다. 소총은 M16, M4 카빈, AK-47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권총은 주로 M9, G19였습니다. 보고서는 곡사포인 D-30와 박격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썼습니다. 추가로 미국이 아프간에 지원한 운송장비도 덧붙였습니다.

얼마나 갔을까



이제 중요한 건 무기와 운송장비에 들어간 '액수'겠죠. 같은 보고서에서 비슷한 내용이 있습니다.
"무기 및 운송 장비는 610억 달러 가운데 두 번째로 큰 금액으로 29%인 180억 달러였다(Equipment and transportation represented the second-largest expenditure of the $61 billion, accounting for almost $18 billion, or 29 percent)."
- 미국 회계 감사원(GAO), <아프가니스탄 안보: 아프가니스탄 국방 및 안보 부대를 위한 미국 지원 장비(Afghanistan Security: U.S.-Funded Equipment for the Afghan National Defense and Security Forces) 보고서>, 2017년 8월.


일단 2021년까지 최종 액수가 나온 자료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액수 그 자체보다 비율을 감안해야 합니다. 무기와 운송장비에 들어간 비용이 2016년까지 29% 정도로 집계됐는데, 최종 액수 역시 그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가늠하고 있습니다. 828억 9천977만 달러의 30%를 계산하면, 250억 달러, 우리 돈으로 30조 원 정도가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겠네요.

아프간재건 특별감찰관실(SIGAR)은 '아프간 보안군 기금'(ASFF)에 아프간 정부군 급여와 훈련, 인프라 건설 비용까지 여기에 포함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30조 원도 만만한 비용이 아닙니다. 이 돈에 해당되는 무기가 탈레반으로 넘어갔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죠. 트럼프가 말한 것보다 훨씬 적은 수준이긴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의 2019년 GDP가 191억 달러 정도니, 그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입니다.

넘어간 무기는 쓸 만할까?



이제 팩트체크는 미국이 남기고 간 무기들이 과연 쓸 만한 것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이 부분은 외신에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습니다. 이미 미국의 무기가 탈레반에 유출됐다는 우려가 일찌감치 나왔기 때문입니다.

미군은 철수와 동시에 군사장비 파괴 작전을 했습니다. 탈레반이 미군의 무기와 장비를 재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케네스 맥켄지 중부사령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군은 앞으로 사용하지 않게 될 장갑차 70대와 험비 27대를 불능화시켰습니다(American forces had "demilitarized" up to 70 MRAPs "that will never be used again by anyone" and 27 Humvees, "that will never be driven again.")."
- 케네스 맥켄지 중부사령관, 지난달 30일 카불국제공항 기자회견


여기에는 항공기 73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쓸 만한 무기가 별로 없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비영리 웹사이트 '팩트체크'가 무기 상황을 분석했는데, "아프간에 제공된 장비 대부분은 지난 20년 간 전투에 활용돼 낡았고, 대부분 폐물 신세가 됐다"고 했습니다. 감가상각을 고려하면 그 액수는 현격히 낮아질 거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특히, 미국은 기술 유출 우려 때문에 첨단 기술을 탑재한 핵심 전략물자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습니다. 어쩌면 이는 상식에 가깝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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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와 정치



결국, 미군의 무기가 탈레반에 일부 넘어갔겠지만, 100조 원에 달하는 20년 간의 아프간 보안군 기금이 고스란히 무기화돼 탈레반으로 넘어갔다는 트럼프와 일부 정치인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트럼프의 발언은 태평양 건너에 있는 SBS 사실은팀이 온라인 자료 몇 개 뒤져봐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는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팩트'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공화당의 유력 정치인이나 유명 인사들이 발언을 재인용하면서 허위 정보는 빠르게 증폭됐습니다. "미국인 1인당 테러리스트에게 30만 원을 기부했다"는 식으로 재가공되면서 '변이' 정보까지 나왔습니다.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심지어 허위정보가 퍼지는 속도를 팩트체크가 따라잡지 못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SNS 시대, 이런 위험은 불가피합니다. 이러는 사이 누군가는 정치적 이득을 보고 있습니다.

팩트는 정치에 의해 언제든 왜곡될 수 있습니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는 더욱 그럴 겁니다. 큰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의 대한민국에도 어떤 교훈을 주고 있다고 믿습니다.

(인턴 : 권민선, 송해연)
<자료>
아프가니스탄 재건 특별감찰관(SIGAR), 분기 보고서, 2021년 7월.
미국 회계 감사원(GAO), <아프가니스탄 안보: 아프가니스탄 국방 및 안보 부대를 위한 미국 지원 장비(Afghanistan Security: U.S.-Funded Equipment for the Afghan National Defense and Security Forces) 보고서>, 2017년 8월.
Washington Post, <No, the Taliban did not seize $85 billion of U.S. weapons>, 2021년 8월 31일 자.
Factcheck.org, <Republicans Inflate Cost of Taliban-Seized U.S. Military Equipment>, 2021년 9월 3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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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 기자(leek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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