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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콜센터 전화하니 AI상담로봇이… IT·통신업계 ‘13조 시장’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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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은행상담, 119신고, 여론조사까지… ‘AI컨택센터’ 속속 도입

“고객님, 보험 상품 설명을 진행해도 될까요?”(AI 상담 로봇) “지금 운전 중이라 힘들 거 같은데요.”(고객)

AI(인공지능) 상담 로봇은 고객의 대답을 바로 이해하고, “통화가 불편하시면 다음에 연락드릴게요. 언제 통화가 가능하세요?”라고 물었다. 고객이 “내일 일곱 시에 된다”고 말하자, “16일 오후 7시에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AI 상담 로봇의 목소리는 실제 사람 상담원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자연스러웠고, 대화도 물 흐르듯 이어졌다.

DB손해보험이 지난 4월 도입한 삼성SDS의 AI 상담사와 실제 고객의 상담 사례이다. 대표적인 노동 집약 산업인 콜센터가 첨단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은행 업무부터 119 신고, 어르신 돌봄, 여론조사까지 AI 상담사가 인간 상담사의 일을 대신해주고 업무 부담을 덜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AI가 팔방미인 역할을 하면서, 콜센터 간판을 ‘AI 컨택센터’로 바꿔 다는 곳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AI컨택센터 시장은 지난해 115억달러(약 13조4780억원) 규모에서 2025년 361억달러(약 42조3092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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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조 규모 AI컨택센터 시장 잡아라

AI컨택센터에는 첨단 AI 기술이 총동원되고 있다. 간단한 상담에 자동으로 응답해주는 AI 챗봇, 보이는 ARS(자동응답시스템) 및 상담사와 고객 간 통화를 텍스트로 실시간 변환하는 음성-텍스트 변환, 변환된 텍스트 정보를 분석하는 기술, 목소리만으로 본인 인증을 대체하는 기술 등이 적용된다. 상담이 끝나면 대화 분석도 AI가 책임진다. 음성 인식 기술로 대화를 글로 저장한 뒤 AI가 상담 내용을 분류하고 요약도 해준다. DB손해보험은 기존 상담 내용을 분석하는 데 건당 35분이 소요되던 것을 AI 컨택센터 도입 후 2분으로 줄였다. IT업계 관계자는 “AI컨택센터가 보편화되면 대기업은 인력 충원 없이 고객센터를 확대할 수 있고 비용·인력 문제로 고객센터를 운영하지 못했던 중소기업들도 AI컨택센터를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AI컨택센터 시장은 네이버·카카오·삼성SDS 같은 IT기업과 통신 3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탈(脫)통신’을 선언하고 새 먹거리를 찾는 통신업체들은 AI컨택센터를 매력적인 신사업으로 보고 있다. 자체적으로 대규모 고객 상담센터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이 개발한 AI 기술을 곧바로 적용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하루 수십만 건에 달하는 전화 상담 데이터가 AI컨텍센터 기술을 고도화시키는 핵심”이라고 했다.

◇통신사들엔 매력적 미래 사업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통신 3사 중 가장 먼저 음성봇 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6월에는 세계 1위 컨택센터 업체 제네시스와 손잡고 기업용 AI컨택센터 서비스를 출시했다. KT는 국내 최대인 8000석 규모 콜센터를 운영해온 노하우와 자체 AI 엔진 지니를 결합해 AI컨택센터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에는 ‘AI 보이스봇 지니’ 상담사를 투입해 24시간 고객센터를 열었다. KT는 “1년 365일 170종의 업무와 1만2000가지 문의사 항을 처리할 수 있다”고 했다. LG유플러스도 지난 6월 그룹 내 IT 계열사인 LG CNS와 함께 AI컨택센터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자체 콜센터가 없는 IT 기업들은 전화 상담 수요가 많은 금융권과 유통업체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네이버는 자체 AI 엔진인 클로바를 활용해 신한은행에 AI 상담사 ‘쏠리’를 공급했다. 쏠리는 사람처럼 전화를 받은 뒤 계좌계설·대출상담 업무를 분리해 전문 상담사와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신한은행은 “현재 전화 상담의 25%를 쏠리가 자체 해결하는데, 앞으로 40%까지 늘릴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 8일 현대백화점에 AI 전화 음성봇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추석을 맞아 선물을 보내는 수요가 늘자, AI 상담사가 고객에게 대신 전화해 주소, 배송일자 확인 같은 업무를 맡는 것이다.

[장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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