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3% 지분쪼개기로 주총서 승리한 사조산업… 재계 “규제강화로 불똥 튀면 어쩌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Biz 톡]

지난 14일 열린 사조산업 임시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연대와 주진우 회장 측이 감사위원 선임을 놓고 벌인 표 대결에서 주 회장 측이 승리했습니다. 주 회장 측이 정관을 변경하고 지분을 쪼개는 방법을 통해 소액주주연대의 경영 참여 시도를 무산시킨 것입니다. 하지만 재계에선 대주주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상법이 또 개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사조산업은 올해 초 비상장 계열사인 캐슬렉스 골프장 합병을 추진했었습니다. 사조산업 소액 주주들은 합병을 하면 기업 가치가 하락한다며 반대해 합병안을 철회시켰고, 지난 7월엔 계속된 대주주의 전횡을 막겠다면서 임시 주총 소집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송종국 소액주주연대 대표를 ‘비상무이사인 감사위원’ 후보로 추천했습니다.

이에 맞서 경영진 측은 임시 주총에서 ‘감사위원을 모두 사외이사로만 선임’하도록 정관을 바꿨습니다. 송 대표는 사외이사가 아닌 데다 비상무이사로 추천된 만큼, 감사위원으로 선임될 수 없게 된 것이지요.

그러자 소액 주주들이 송 대표를 사외 이사로 추천했고, 경영진이 추천한 후보와 표 대결을 벌였습니다. 이번에도 경영진이 승리했습니다. 사조산업 지분은 계열사인 사조시스템즈 25%, 주 회장 14%를 포함해 특수관계인이 56%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개정된 상법에 따라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는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은 각각 3%씩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21%를 확보한 소액 주주들이 표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 회장은 지인 2명에게 3%씩 지분을 빌려주고, 그룹 내 계열사 간 지분 쪼개기를 통해 31%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주 회장 측이 이번 임시 주총에서 사용한 방식은 법적으론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사조산업의 지분 쪼개기를 보고 아예 모든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전부 합해 3%만 의결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법안을 개정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이 같은 방식으로 법 개정을 추진한 적이 있습니다. 사조산업 지분 쪼개기가 어느 쪽으로 불똥이 튈지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입니다.

[김강한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