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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사설] 세계 인권단체들도 폐기 요청한 언론징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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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휴먼라이츠워치 홈페이지에 올라온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거부하라'는 내용의 게시글./휴먼라이츠워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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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현 정권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언론징벌법’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에 보낸 서한에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저해하고 언론의 비판적 보도를 어렵게 만들 수 있으니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징벌적 손해배상, 열람차단청구권 등의 조항을 삭제하라고 촉구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앰네스티 인터내셔널과 함께 가장 권위 있는 국제 인권 단체로 평가받는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정의가 모호해 남용의 여지가 있으며 언론사가 소송을 유발할 수 있는 보도를 피하려고 자기 검열을 하면 비판적 보도 등이 제한될 수 있다”고 했다. 열람차단청구권과 관련해서도 “국제 인권 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한마디로 이 법은 정권 관련 비판 보도를 막기 위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용도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 조항들이 언론법의 핵심인 만큼 사실상의 법안 폐기 요구와 같다. 아티클19 등 다른 인권 단체들도 이 서한에 이름을 올렸다.

언론징벌법에 대해선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도 정부·여당에 서한을 보내 “언론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으니 국제 인권 기준에 일치하도록 법을 수정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이 서한을 국회의원들에게 공유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자신들끼리만 이 서한을 돌려본 뒤 숨겼다. 이 사실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서한을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드러났다. 세계신문협회(WAN), 국제기자연맹(IFJ), 국제언론인협회(IPI) 등 해외 언론 단체들도 일찌감치 “민주주의 훼손 법안의 철회를 요구한다”고 했지만 여당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시민단체, 법조계, 학계 등의 여권 편 인사들까지 대거 반대 입장을 내면서 여당은 이 법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27일까지로 미루고 여야 ‘8인 협의체’를 구성해 중재안을 찾기로 했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다. 이 법은 조국 일가의 불법 파렴치를 취재 보도한 언론에 보복하려는 강성 친문들이 요구하는 법이다. 그 대표 격으로 법안을 만든 김용민 의원과 조 전 장관 아내의 변호를 맡았던 인사 등이 8인 협의체 주축이니 한발도 물러설 뜻이 없는 것이다. 이들의 성향으로 볼 때 세계 민주사회의 비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열흘 뒤 이 법을 강행 처리하려 할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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