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뇌경색 노인 도움 호소했는데…"예?" 되묻고 통화 끊은 119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골든타임 놓쳐 뇌경색 진단

노인 가족 측 靑 청원

"제때 출동 했더라면 아빠 지금 상태 아니었을 것"

아시아경제

뇌경색으로 쓰러진 노인이 여러 차례 119에 신고했으나, 이를 장난전화로 오인한 상황실 직원이 무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뇌경색으로 쓰러진 80대 노인이 두 차례나 119에 구조를 요청했지만 상황실 근무 소방관이 이를 무시해 7시간 가까이 방치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결국 뒤늦게 병원으로 이송된 노인은 목숨은 건졌으나 일부 신경이 마비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충청북도 소방본부 119 종합 상황실 직무유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뇌경색으로 쓰러진 노인의 딸이라고 밝힌 청원인 A 씨는 지난 7일 오전 6시45분께 "몸이 이상하다"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황급히 집을 찾아갔다. 현장에는 아버지가 쓰러져있었고 A 씨는 119를 불러 아버지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그러나 수술 골든타임을 놓쳐 일부 신경이 손상되는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노인이 입원한 뒤 A 씨 등 가족 측은 노인의 휴대폰 기록을 확인했고, 전날(6일) 오후 11시18분께 119에 신고한 통화 목록을 발견했다. 119에 전화한 가족들은 "동일 번호로 2번의 신고가 왔었고, 무응답으로 신고처리가 안됐다"는 답변을 들었다.

아시아경제

A 씨가 공개한 노인과 119 통화 기록. /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 씨 가족들은 신고 당시 녹음된 녹취록을 확인했다. 녹음 기록을 보면, 노인은 "아이 죽겠다. 애 아이 자가만 오실래요(잠깐만 오실래요)"라며 어눌한 발음으로 요청한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상황실 직원은 "예?"라고 한 차례 되물은 뒤, 노인의 어눌한 발음을 듣고 그대로 통화를 종료한다. 결국 노인은 다음날 오전 7시께까지 방치돼 있다가 가족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에 대해 A 씨는 "일반인인 제가 봐도 응급 구조 신호"라며 "이 일을 하시는 119 대원분들이 이 전화를 왜 오인신고로 판단한 걸까. 아빠가 전화한 그 시간에 바쁜 나머지 무시한 건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빠가 82세 고령이기는 하지만 공공근로도 다니시고, 체력도 좋고, 건강하셨다"며 "신고한 그날 출동만 했더라도 아빠가 지금과 같은 상태는 분명 아닐 거라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A 씨의 부친은 현재 기저귀를 착용하고, 코에 호스를 이용해 유동식으로 식사를 대신하고 있으며, 스스로 휠체어에 앉지도 못하는 등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119에 신고했던 지난 6일 당시 구조대가 올 것에 대비, 불편한 몸을 이끌고 기어나가 현관문을 열어놓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저희 아빠와 같은 제2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119 구조 요청 시스템이 개선되어야 할 것"이라며 "내 부모님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시고 억울함을 풀어주길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한편 국민신문고를 통해 관련 민원을 접수한 충북소방본부는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당시 노인의 신고를 받은 상황실 직원에 대한 감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