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盧 뒷조사·박원순 불법사찰 등 유죄 인정
댓글공작·알선수재 더해 14년2개월 복역 전망
9번 추가기소돼 혐의만 34개…22개 혐의 유죄
MB정부서 4년간 국정원장 재직하며 공작 주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진=연합뉴스) |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뒷조사에 국가정보원 예산을 사용하고 야권 인사들에 대한 불법사찰·정치공작을 벌인 혐의로 추가기소된 원세훈(70) 전 국정원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던 혐의 중 일부가 대법원에서 유죄로 뒤집히며 형량이 기존 7년에서 가중됐다. 이미 댓글공작으로 징역 4년. 알선수재로 징역 1년 2개월이 확정된 원 전 원장은 판결이 확정될 경우 도합 14년 2개월을 복역하게 된다.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엄상필)는 1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게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직적으로 저질러진 국정원 범죄들은 반헌법적 성격을 띈다”며 “원 전 원장 범행으로 다수 국정원 직원들이 의무없는 일을 마지못해 하거나 범죄에 가담해 형사처벌까지 받게 됐음에도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원 전 원장은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관련 소문의 실체를 확인한다는 명목으로 9억원에 가까운 국정원 예산을 사용해 국고에 손실을 끼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이밖에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 불법사찰(국정원법 위반) △권양숙 여사 불법사찰(국정원법 위반) △민간인 댓글부대 운용(국고손실) △국가발전미래협의회을 통한 정치공작(국고손실·국정원법 위반) △이명박 전 대통령 10만 달러 교부(국고손실·뇌물공여) 등의 혐의도 받는다. 주요 혐의만 34개에 달한다.
댓글공작으로 징역 4년 확정…도합 13년 복역 전망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기존 2심에서 유죄가 인정됐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뒷조사 △민간인 댓글부대 운용 △국발협 정치공작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등 14개 혐의에 더해 △박 전 시장 불법사찰 △권양숙 여사 불법사찰 △야권 출신 지방자치단체장 국정운영 실태 문건(직권남용)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당 선거대책 마련(직권남용) △명진스님·배우 문성근씨 불법사찰(직권남용) 등 8개 혐의를 추가로 유죄로 인정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최측근인 원 전 원장은 이명박정부 2년차에 국정원장으로 임명돼 4년간 국정원장직을 수행했다. 임명 당시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광우병 촛불집회로 이명박정부의 위기감이 고조되던 때였다. 원 전 원장이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던 기간 동안 국정원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뒷조사,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권양숙 여사 등 야권 인사 불법사찰, 온·오프라인 정치공작 등을 통해 정권 보위 기관으로 전락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그는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기고 자신의 실소유 회사 다스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7년,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 8000만원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사진=이데일리DB) |
이명박정부 당시에도 지속적으로 정치개입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국정원의 부인으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처음 원세훈 국정원의 정치공작이 외부에 공개된 것은 18대 대선을 1주일 앞둔 2012년 12월 11일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이던 김하영의 정체가 발각되면서부터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야당은 공직선거법 위반과 국정원법 위반으로 원 전 원장 등을 고발했고 서울고법의 재정신청 인용을 통해 원 전 원장과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이 기소됐다.
원 전 원장은 2014년 9월 선고된 1심에서 정치관여로 인한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되고 선거법 위반 혐의가 무죄로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1심은 원 전 원장의 지시 내용 중 대선 관련 내용이 없다며 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듬해 2월 선고된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은 국정원 직원 김기동 메일에서 발견된 425지논·시큐리티 파일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해 여기 기록된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계정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선거운동의 방향성이 인정된다’며 선거법 유죄 판결을 내렸다. 원 전 원장은 결국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5년 7월 전원합의체에서 만장일치로 2심이 핵심 증거로 판단한 425지논·시큐리티 파일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선거개입 여부에 대해선 일절 판단하지 않았다.
정권교체 후 국정원 정치공작 속속 드러나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은 2년 넘게 심리가 이뤄졌다. 이를 통해 사이버팀 직원들의 진술 등을 근거로 116개 기초계정과 이를 이용해 20회 이상 동시 트윗이 이뤄진 275개 트윗덱 연결계정 등 총 391개 트위터 계정을 사이버팀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이들 계정으로 작성된 글 중 28만8926개가 정치관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2017년 8월 원 전 원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함께 기소된 이 전 차장과 민 전 단장에겐 각각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형이 선고됐다. 대법원은 이듬해 4월 전원합의체 심리를 통해 11 대 2의 다수의견으로 파기환송심 판결을 확정했다.
원 전 원장에 대한 수사와 재판엔 정권교체의 영향도 한몫했다. 적폐청산을 내걸었던 문재인정부는 국정원의 과거 불법행위들을 조사하거나 수사의뢰했고 이명박정부 국정원의 지속적인 정치공작을 밝혀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에 대해 2017년 10월 첫 추가기소를 시작으로 2018년 12월까지 9차례에 걸쳐 기소를 단행했다. 주요 혐의만 34개에 달했다.
방대한 사건 분량으로 인해 1심 판결은 첫 추가기소 이후 2년 4개월 후에야 나왔다. 1심은 온·오프라인 정치공작과 박 전 시장과 권양숙 여사 등 불법사찰 등 15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원 전 원장에게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2심은 1심의 유죄 판단 중 박 전 시장과 권양숙 여사에 대한 불법사찰 부분을 무죄로 뒤집는 등 14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7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올해 3월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박 전 시장 불법사찰 △권양숙 여사 불법사찰 △명진스님 불법사찰 △배우 문성근씨 불법사찰 등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함께 기소된 이종명 전 차장과 민병주 전 단장은 각각 징역 2년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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