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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22년 전 강간·살해 혐의 50대 1심 무죄…"범행 의심되나 단정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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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하 성관계" 무죄 주장…법원 "증인 진술 모호"

뉴스1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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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22년 전 여성을 강간하고 살해한 혐의가 뒤늦게 드러나 재판에 넘겨진 남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창형)는 17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강간등살인) 혐의를 받고 있는 A씨(51)의 강간살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살해가 아닌 강간을 한 사람을 두고가 사망에 이르게 한 '강간치사' 혐의와, 강간살해 범행 전 있었던 강간 등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 판결을 해 강간살해 혐의는 따로 무죄 선고하지 않았다.

A씨는 1999년 7월 친형과 승용차를 타고 가던 중 실수로 자신의 차에 올라탄 20대 여성 B씨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골프연습장으로 데려가 강간·폭행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경찰은 일부 목격자의 진술만으로는 범인을 특정하지 못해 수사에 난항을 겪었고 결국 미제 사건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B씨의 신체에서 채취된 범인의 DNA와 일치하는 DNA가 다른 범행으로 무기징역을 받아 수감 중이던 A씨에게서 발견됐고 재수사 끝에 검찰은 지난해 11월 A씨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A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A씨는 친형의 요구에 응한 B씨와 성관계했고 이후 B씨와 친형은 차에서 내렸으며 자신은 주차장 밖으로 이동한 뒤 대기하다 다시 돌아온 친형만 태우고 현장을 떠났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와 친형이 사건 당일 주차장에서 B씨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면서도 "A씨 주장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소사실과 달리 차량을 몰고 주차장 밖으로 이동한 사람이 친형이 아닌 A씨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살해 고의를 가졌다거나 살해를 공모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사건 당일 해당 주차장에 있던 자신의 승용차에서 자다 사건을 목격했다는 증인은 차에서 내린 남성이 여성을 폭행하는 소리를 들었고 주차장으로 나갔던 차량이 다시 들어와 여성만 남기고 떠났다고 진술했지만 A씨의 유죄를 인정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이 증인의 의견에 상당히 의존하는데 증인 진술이 모호한데다 사건 발생 20년이 넘어 많은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며 "증인의 진술만으로 A씨가 거짓말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사건 직후 증인이 한 진술 조서가 분실돼 증거로 제출되지 않았다"며 "A씨의 체액이 B씨에게서 발견됐다는 것만으로 사망 직전 B씨가 성관계한 사람이 친형이 아닌 A씨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변소가 불합리해 거짓말 같다고 해도 범죄사실 증명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개연성이 인정돼야 한다"며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가더라도 유죄 심증을 형성할 수 없다면 무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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