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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4' 거래소만 남으면 최대 3조 날아가···"김치·잡코인부터 현금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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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거래소 줄폐쇄 현실화]

■ 코인 투자자 눈덩이 피해 우려

필수인증 ISMS 없는 거래소 38곳

폐업후 일정시간 지나면 코인 증발

돌발행동 가능성 커 정리 서둘러야

실명계좌 확보 실패 중소 거래소

코인마켓 유지하며 후일 도모할 듯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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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코인 거래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거래소들이 원화 마켓 지원 종료나 전체 서비스 종료를 17일 공지하면서 코인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금융 당국은 이날 폐업이 예상되는 거래소를 이용하는 경우 예치금과 암호화폐를 미리 인출하라며 경고장을 날렸다. 업계도 이날 거래소 코인빗이 서버점검을 이유로 돌연 투자자의 접속을 막은 사례에서 보듯 중소 거래소들이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서둘러 행동하라고 권고했다.

◇위험 노출 거래량, 하루 5,000억 원 달해=이날 암호화폐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4대 거래소를 제외한 거래소들이 전체 코인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7% 정도다. 압도적 1위인 업비트의 24시간 거래 대금이 한때 100억 달러를 넘은 점을 감안하면 중소 거래소의 일일 거래 규모는 약 5,000억 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용자 수도 적지 않다. 한국블록체인협회에 따르면 어느 정도 틀이 잡힌 중소 거래소들은 가입자 수가 대체로 2만여 명, 많게는 10만 명에 달한다. 그동안 정부 등에서 실명 인증 계정이 없는 암호화폐거래소를 통해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수차례 경고를 해왔지만 투자자들은 이들 거래소의 공격적인 경품 마케팅에 이끌려 계속 투자를 해왔다.

현재 암호화폐거래소 영업을 하는 63~66개 중 필수 인증인 정보보호관리체계(ISMS)도 받지 못하는 35~38개의 거래소에 투자금이 있는 사람의 경우 투자금을 하루빨리 다른 거래소로 옮기거나 매각 후 원화로 출금하는 것이 좋다. 이들 거래소는 은행 실명 인증 계정은 물론 ISMS도 없어 폐업을 하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고객이 보유한 코인은 고스란히 증발하게 된다.

ISMS 인증을 갖춘 곳 중 빅4를 뺀 24개 거래소는 원화 마켓 없이 코인 마켓만 문을 열고 사업자 신고 후 영업을 이어갈 수 있다. 코인 마켓에서는 원화가 아닌 코인으로 다른 코인을 사고판다. 따라서 이들 거래소를 이용 중인 투자자들은 자산을 정해진 기한 안에 원화로 뽑아가거나 실명 계좌를 확보한 다른 거래소로 옮길 수 있다.

◇“‘빅4’만 생존 때는 최대 3조 원 피해”=반면 투자한 암호화폐가 특정 거래소에만 상장한 이른바 김치 코인이나 잡(雜)코인이라면 미리 처분하지 않았다가 거래소가 문을 닫으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 등은 다른 거래소에도 상장이 돼 코인을 옮기면 되지만 빅4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코인의 경우 옮길 수도 없어 투자금은 모두 증발하게 된다.

한국핀테크학회장을 맡는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최근 국내 거래소 15곳과 이른바 김치 코인들을 분석한 결과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대 거래소만 살아남을 경우 42개 코인이 사라져 총 3조 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금융 당국도 “이용 중인 가상자산 사업자의 신고 계획이 불분명할 경우 미리 예치금과 가상자산을 인출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폐업하거나 영업을 중단하면 횡령이나 기획 파산으로 이용자가 자산을 돌려받기 어렵거나 소송을 통해 반환을 청구해야 하는 등 장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ISMS을 보유한 업계 5~6위 코인빗이 17일 돌연 서버 점검을 이유로 회원이 본인 계정에 접속하는 것을 막으면서 이 같은 일이 다른 거래소에서 되풀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인빗은 지난 2일 원화 입금 중단을 공지한 바 있다. 당시 원화 마켓은 계속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까지 원화 마켓을 중단해야 한다는 안내를 해야 하는데 서버 점검 공지를 올렸다. 암호화폐를 처분하는 사람이 많아지며 중소 거래소 거래 대금은 급증하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7일 오후 1시 45분 현재 고팍스는 전 거래일보다 일일 거래 대금이 21.9%, 코어닥스는 23.4%, 체인엑스는 12.5% 급증했다.

◇중소 거래소, 코인 마켓은 유지할 듯=수익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원화 마켓’을 중단해야 하는 중소 거래소들은 일단 코인 마켓을 유지하면서 국회에서의 법 개정이나 업권법 제정을 통한 변화를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현행 법상 4대 주요 거래소만 살아남아 독과점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촉구하고 있다. 선 신고 후 실명 계좌 발급, 암호화폐거래소 전문심사은행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특금법 개정안들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 겸 앤드어스 대표는 “이대로 가다가는 투자자의 피해뿐만 아니라 암호화폐 산업이 고사된다는 게 가장 문제”라며 “지금과 같은 정책으로는 금융 당국에 신고한 4대 거래소도 살아남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금융 당국이 적정 거래소 개수를 정할 게 아니라 투자자의 호응, 투자 규모 등에 따라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 역시 “60개의 거래소가 많다는 것은 우리도 인정하지만 문제없이 영업해온 사업자까지 실명 계좌를 발급받지 못해 문을 닫는 것은 과도하다”며 법 개정을 기대했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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