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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독일 총선, 사민당 초박빙 승리…16년 만에 '정권 교체'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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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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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프 숄츠 사회민주당(SPD) 총리 후보(오른쪽). 베를린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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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실시된 독일 연방의원 총선거에서 사회민주당(SPD·사민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소속된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을 1.6%p 차이로 앞선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16년 동안 이끌어 온 독일은 올라프 숄츠 사민당 총리 후보 주도로 정권 교체에 나선다. 다만 연립정부 협상이 남아있어 기민련이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독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99개 선거구 개표 결과 중도 좌파인 사민당이 최종 득표율 25.7%로 집계돼 1위에 올랐다. 중도 우파 기민련은 24.1%로 그 뒤를 이었다. 녹색당이 14.8%로 3위를 차지했다. 친기업 자유민주당(FDP)은 11.5%로 나타났다.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좌파당 링케가 각각 10.3%, 4.9%를 득표했다. 독일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 가운데 31% 미만의 득표율을 기록한 전례는 없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의석수로 환산하면 사민당 206석, 기민련 196석, 녹색당 118석이다. 이어 자민당 92석, 독일을 위한 대안 83석, 좌파당 38석이다. 지역 정당인 남슐레스비히유권자연합(SSW)은 1949년 독일연방공화국 수립 이후 처음으로 1석을 얻었다. 차기 의회 전체 의석수는 735석으로 직전 의회(598석)보다 규모가 커졌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독일은 비례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보정 의석 제도를 도입해 의석수를 유동적으로 두고 있다.

부총리 겸 재무장관인 숄츠 후보는 총선 결과에 대해 “시민들은 정권 교체를 원한다”며 “이제 우리가 독일을 위한 훌륭하고 실용적인 정부를 구성하라는 매우 분명한 명령”이라고 말했다. 올봄에만 해도 13%까지 떨어졌던 사민당의 지지율은 반년 만에 2배 가까이 뛰었다. 숄츠 후보는 코로나19 경제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독일 국민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수해 현장에서 활짝 웃는 모습의 사진이 공개돼 비판에 직면한 아민 라셰트 기민련 후보보다 안정적으로 선거 레이스를 달려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 초만 해도 지지율이 37%에 달했던 기민련은 70년 역사상 최악의 선거 결과를 기록했다. 득표율이 31%였던 1949년 총선보다 저조한 성적이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주지사인 아민 라셰트 기민련 후보는 낮은 득표율에 암담한 심정을 드러내며 “메르켈 총리가 집권 16년 만에 물러나는 이번 선거에서 ‘현직 보너스’를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자들에게 “독일의 미래를 위한 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민련의 지도 아래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라운드는 연립정부 구성이다. 법적으로 득표율이 가장 높은 정당만 연정 구성을 주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민당과 기민련은 다수당이 되는 데 필요한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 연정 파트너 협상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양대 정당은 좌-우 대연정의 반복을 피하고 녹색당과 자민당과의 연정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트 메르켈’ 시대 분열된 정치 환경에서 전후(戰後) 양당 연정의 전통이 종식되고 ‘3자 연정’을 꾸릴 가능성이 높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녹색당은 전통적으로 사민당과, 자민당은 기민련과 가까웠지만, 기존과 다른 정당과 손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현재 가능한 집권 시나리오는 자메이카(기민련-검정·자민당-노랑·녹색당-초록) 연정, 신호등(사민당-빨강·자민당-노랑·녹색당-초록) 연정 등이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자민당 대표는 선거 후 공영방송 ZDF 토론에서 “약 75%의 독일인들이 차기 총리의 당에 투표하지 않았다”면서 “사민당·기민련과 탐색적인 회담을 시작하기 전에 녹색당과 먼저 자리를 잡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녹색당 총리 후보는 “새로운 시작을 할 때”라고 언급했을 뿐, 선호하는 연정 형태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의회가 구성돼야 총리 선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메르켈 총리는 후임자가 취임할 때까지 자리를 지키게 된다. 양당은 크리스마스 전에 새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오는 12월17일 이전에 연정이 꾸려지지 않으면 메르켈 총리는 역대 최장수 독일 총리가 된다. 서구 동맹국들은 독일이 당분간 국내 상황에 전념하면서 유럽 내 ‘리더십 진공’ 상태가 도래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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