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두 차례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가진 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견이 있어서 합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내일 오전 11시 반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장시간에 걸쳐 논의했지만, 아직 충분하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29일 본회의 상정 여부에 대해선 “내일 답변할 말을 오늘 답변할 수 있겠나”(윤 원내대표)라며 즉답을 피했다.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기념촬영을 마치고 자리를 권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박 의장,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 이날 박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와 언론중재법 개정안 상정을 논의한다.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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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 차게 내달린 폭주 기관차…尹도 이젠 “한 달 미루는 게…”
지난달 ‘여야 8인 협의체’를 구성해, 한 달간 논의를 거쳤음에도 연이틀 본회의 상정이 불발되면서, “민주당도 추진 동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5월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위원장 김용민 최고위원)를 출범시키며 법안 추진을 강행했고, ‘국경없는기자회’의 비판 성명엔 “뭣도 모르니까 (비판한다)”(지난달 25일, 송영길 대표)라며 독주 의지를 고수해왔다.
5월 31일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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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지도부의 부담감은 본회의 처리 목표 날이었던 2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감지됐다.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윤 원내대표는 비공개회의에서 “지금은 곽상도 의원 아들 퇴직금 이슈도 있고 하니, 언론중재법은 야당과 더 논의를 해보고 한 달 후쯤 처리하는 게 어떻겠냐”는 취지로 물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김영배ㆍ전혜숙 최고위원도 “여야 합의된 게 없는데 강행 처리하면 또 ‘입법 독주’ 비판을 받는다. 실익이 적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다만 강병원ㆍ김용민 최고위원은 빠른 처리를 주장했다고 한다.
현장풀)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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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진 데엔, 국내외 각계 단체는 물론 유엔(UN)이 거듭 우려를 표하고, 문재인 대통령도 신중한 검토를 당부한 게 영향을 끼쳤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한국 정부에 서한 발송(지난달 27일), 기자 간담회(지난 24일), 개정안 반대 연대 성명 발표(28일 공개) 등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언론중재법은) 충분히 검토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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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부도 출구전략 모색했지만…친문 지지층이 비판
민주당도 그간 나름대로 출구전략을 모색해왔지만, 이는 오히려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일 처리를 제대로 못 한다”는 비판을 불렀다.강성 지지층은 언론중재법에 신중론을 펼치는 이상민 의원 등을 ‘언론 10적’으로 몰아세우며 지도부에 신속 처리를 압박해왔다.
민주당은 지난달 국민의힘에 ‘고의ㆍ중과실 추정 조항 삭제’를 제안했고, 8인 협의체와 여야 원내대표 회동 등에선 징벌적 손해배상 최대한도를 최대 5배에서 최대 3배로 낮추는 방안 등을 제시하면서, 법안 통과를 노려왔다.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 완전 삭제를 요구하는 국민의힘이 모두 거부하면서, 합의안은 도출되지 않았다.
윤 원내대표는 28일 의원총회에서 “아이를 살리려는 어머니의 지혜로 도저히 양보하기 어려운 안까지 (야당에) 제시해봤지만, 그조차도 수용되지 않고 있다"”며 “협상을 계속하겠지만, 현시점에선 합의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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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강행 처리 미지수…당 일각 “애초부터 잘못”
상황은 이렇지만 일단 민주당은 29일 본회의에 다시 법안 상정을 시도하겠다는 입장이다. 28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정청래 의원은 “야당이 하자는 대로 여야 협의를 한 달간 했다. 이제는 국민과 한 약속대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한준호 원내대변인도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 입장은 (29일) 상정·처리는 미룰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당 스스로 “합의는 불가능한 상황”임을 인정하는 상황이라, 법안 상정을 하더라도 민주당 자체 안으로 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박 의장은 ‘여야 합의 후 상정’이란 입장을 갖고 있다. 야당과 극적 합의하기 위해선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핵심 조항들을 삭제해야 하는데, 이렇게 될 경우 당초 민주당의 입법 취지가 크게 훼손된다. 당내 수도권 초선 의원은 “일부 강경파들이 강성 지지층한테 잘 보이려고 무리한 법을 추진한 것부터가 잘못됐다”며 “이제 와서 포기할 수도, 강행할 수도 없는 처지가 됐다”라고 말했다.
김준영ㆍ남수현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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