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다음달 21일 오후 4시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한민족의 꿈을 실은 한국형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첫 비행을 시도한다. 전날 발사 준비 부터 당일 최종 성공 여부 확인까지 미리 살펴 보자.
◇ 발사 전날 '부는 바람도 조심해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최근 '미리 본 누리호 발사'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누리호는 지난달 말 추진제 주입ㆍ배출 등 최종 점검(WDR)을 마친 후 단을 분리했다가 재조립 중이다. 누리호는 조립을 마친 후 발사 전날 오전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로 이송돼 기립된다. 길이 47.2m의 누리호는 추진제를 채우지 않은 빈 상태에서 눕혀진 채 기다란 트랜스포터에 탑재된 다음 격납고에서 발사대까지 1.8km의 거리를 이동한다. 안전 때문에 사람이 걷는 속도보다 훨씬 느린 시속 1.5km로 천천이 이동해 발사대 위에 수직으로 거치된다.
이후 누리호는 바람에 넘어지지 않도록 하단부가 단단히 고정된다. 추진제ㆍ산화제가 투입되지 않아 가벼운 상태라 강풍에 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지상고정장치(VHD)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 누리호 하부를 4개의 고리로 단단하게 지지ㆍ고정한다. VHD는 특히 엔진 점화 후 점점 추력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누리호를 꽉 붙잡고 있다가 최대 추력(300t)에 도달했을 때 발사체를 놓아 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오후에는 '탯줄' 격인 엄빌리칼이 누리호와 연결된다. 실제 엄빌리칼은 누리호에 추진제ㆍ산화제와 전기를 공급한다. 모두 6개인데, 1, 2, 3단부에 각 2개씩 연결이다. 엄빌리칼이 조금이라도 새거나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곧바로 발사가 연기되거나 중단되기 때문에 연결과 동시에 기밀 시험이 진행된다. 엄빌리칼이 연결되는 동안 발사대 시스템 준비도 진행된다. 연료ㆍ산화제를 공급하는 지하 탱크에 대한 점검, 발사대 밑 물탱크 수압 테스트, 화제 대비 소화장치 점검 등이 이뤄진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발사 당일, 추진제·산화제 주입
오전 중 기상 조건에 대한 체크가 진행된다. 순간 최대 풍속이 21m/s(강풍 경보) 이하가 되어야 하며, 구름도 비행 경로상 번개 방전 가능성이 없을 정도여야 한다. 온도ㆍ습도ㆍ압력 등에 대한 체크도 이어진다. 특히 우주 쓰레기와의 충돌 가능성에 대한 점검도 진행된다. 나로우주센터, 제주도, 팔라우섬의 추적소에서 통신 안테라를 켜 발사 관제 모드에 돌입한다.
발사 준비는 누리호의 각종 전자장비와 컴퓨터, 센서를 확인하면서 시작된다. 추진제ㆍ산화제 주입전 헬륨가스가 먼저 주입된다. 상온의 헬륨가스는 누리호 속 수백개의 밸브를 여닫고 이물질을 제거(Purge)하는 데 쓰인다. 저온의 헬륨가스도 추진제 탱크의 압력을 유지하기 위해 주입된다. .
이후 추진제(케로신)와 산화제(극저온 액체 산소)가 주입된다. 특히 극저온 액체산소는 영하 183도나 돼 충전이 까다롭다. 배관과 탱크를 미리 냉각한 후 충전하지만 주입 직후부터 증발된다. 이에 따라 발사 직전까지 계속 충전이 이뤄진다. 우주 로켓에서 발사 전 하얀 연기가 피어 오르는 것은 바로 산화제가 기화되는 것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발사 순간
추진제ㆍ산화제가 다 충전되고 누리호를 수직으로 세워주던 이렉터가 분리되면 발사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발사 30분 전이다. 관성항법 유도시스템 정렬이 진행된다. 또 발사 10분전부터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며 사람이 아닌 컴퓨터에 의해 발사자동운영(PLO)에 돌입한다. 모든 결정이 컴퓨터에게 맡겨지는데, 압력ㆍ온도ㆍ습도ㆍ통신상태 등 모든 컨디션을 체크해 하나라도 이상이 발견되면 스스로 발사를 멈춘다. 모든 상태가 정상으로 판단되면 카운트다운 종료와 함께 1단 엔진이 자동 점화되며 누리호는 하늘로 향한다. 자동 점화된 1단 엔진은 단 몇초만에 최대 추력에 도달한다. 초당 드럼통 5개(1000kg)의 추진제ㆍ산화제가 폭발하며 추력을 내기 시작한다. 최대 추력 300t에 도달하면 VHD에 대한 해제 명령이 떨어지고 이륙과 동시에 엄빌리칼의 자동 해제가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발사대 아랫쪽에서 나오는 거대한 연기는 뭘까? 3300도가 넘는 초고온의 화염이 역류돼 누리호가 '녹지' 않도록 지하에서 물을 분사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수증기다. 또 이륙 직후 동체에서 얼음이 떨어져 나오는 것은 극저온 액체 산소 때문에 탱크에 끼었던 살얼음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발사 후, 16분의 승부
누리호가 발사된 후 눈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1단 연소 시간은 약 127초, 약 2분간 연소해 대기권 벗어나 공기가 희박한 성층권에 도달한다. 이때 1단부가 분리되는데, 충돌 방지를 위해 1단을 뒤로 끌어내리는 레트로 모터와 2단을 위로 끌어 당기는 얼리지 모터가 작동하고 동시에 2단부 로켓이 점화된다. 이미 성층권에 도달한 누리호는 1단부 분리 후 절반 이상의 무게를 덜어내 속도와 고도가 2배 이상 증가한다. 공기 마찰이 거의 없는 만큼 페어링 분리도 이때 이뤄진다. 초속 4.3km로 약 147초 동안 질주한 후 2단부도 분리된다.
마지막으로 남는 3단부는 521초 동안 연소하며 가장 멀리, 빠르게, 높게 날아간다. 비행속도 초속 7.5km에 이르고 700km 고도에 이르면 3단 엔진도 정지해 마지막 궤도 비행 후 탑재체 분리가 이뤄진다. 지상 이륙후 16분 만이다. 다만 이번 발사에선 1.5t의 더미 위성이 사용된다. 발사 30분 후 항우연은 발사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종 발사 성공 여부를 확정한다. 2010년 이후 10년여간 항우연이 약 2조원의 예산으로 300여개의 업체와 함께 30만개의 부품을 직접 개발해 제작한 첫 한국형 우주발사체의 성공이 이때 결정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