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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미얀마르포] 화폐 가치 반토막…치솟는 환율에 생활고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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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폭…생필품도 하루 다르게 가격 상승·기름값 두배 올라

"마트, 일찍 문 닫고 가격표 새로 붙이는 일이 전부" 냉소도

연합뉴스

양곤의 한 환전소에 게시된 9월 29일 자 환율 정보. 2021.9.29.
[양곤=이정호 통신원]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미얀마에서 군부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통화 정책에 실패하면서 약 8개월 만에 현지 짯화 가치가 반 토막이 됐다.

이러자 거의 모든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미얀마에서 석유류를 비롯한 모든 물가가 환율에 따라 크게 요동치고 있다.

지난달 29일 환전상들 사이에서 거래되는 환율이 사상 최고인 달러당 2천550짯을 기록했다.

지난 2월1일 쿠데타와 함께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기 전 달러당 1천300~1천400짯에 비하면 두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역대 최대폭으로 짯화 가치가 떨어졌다고 전했다.

암시장에서는 한때 달러당 3천짯까지 치솟았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마트 가기가 두렵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공산품 대부분이 수입되는 탓에 최근 환율 폭등으로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한 현지인은 "마트에서 하는 일이 문 일찍 닫고 가격표를 새로 붙이는 것이라는 냉소적인 농담도 나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교민들의 SNS 단체방에는 "하루 전에 1달러당 2천230짯에 환전했는데 가만히 앉아서 하루 만에 270만 짯(약 254만원)을 손해 봤다"는 사연이 올라오기도 했다.

양곤의 미얀마 비즈니스 연구소(MBRI) 김정희 소장은 현 상황과 관련해 "국가비상사태 선포 이후 미얀마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의 현금 인출을 제한하면서 짯화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가치가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치·사회적 불안정 속에서 안전자산 수요는 커지고, 달러화는 소비하지 않는 데 따른 악순환"이라고 평가했다.

달러화 영향을 직접 받는 석유류 가격도 1월 말 리터당 700~800짯에서 지금은 1천500짯(약 810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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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비상사태 이전과 최근 옥탄가별 휘발유 가격과 디젤유의 가격을 비교 풍자한 합성 사진 [SNS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미얀마 중앙은행은 2월 국가비상사태 이후로 지금까지 2억 달러(약 2천370억 원)가량을 시장에 공급했다.

그러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환율과 물가는 급등했다.

일부 현지 매체에는 군부 과도정부가 환율 안정화 조치의 일환으로 자동차 수입을 금지했다는 보도도 나올 정도다.

신한은행 양곤 지점의 한 관계자는 "현재 미얀마의 통화 상황은 비정상인데 이를 막을 방법은 달러 공급이 아니다"라면서 "차라리 달러 수요 억제 같은 강력한 조치가 현 정권이 할 수 있는 정책이자,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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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개발은행(ADB)이 예측한 아세안 각국의 2021년 인플레이션율
SNS 캡처



아시아 개발은행(ADB)은 최근 올해 미얀마 경제의 인플레이션율을 6.2%로 전망했다.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군부의 '무능'과 정책 실패로 미얀마 국민들의 삶은 갈수록 더 팍팍해지고 있다.

202134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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