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지키던 靑, 대장동 사태 첫 입장 "엄중히 생각하고 지켜봐"
靑 고위관계자 "정치적 입장 아닌 부동산 비리에 대한 국민 정서 감안"
문재인 대통령. 2021.9.28/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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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김상훈 기자 = 청와대가 5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에 대해 침묵을 깨고 "엄중하게 생각한다"는 첫 입장을 내놓음에 따라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과 의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집권 여당의 대선후보 확정을 눈앞에 둔 유력 대권주자에게 의심이 집중되고 있는 매우 정치적인 사안이라는 점에서 자칫 '미래권력과 현재권력의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한 청와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청와대는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관계자는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장동 의혹에 대해 문 대통령이 침묵하고 있다'고 공세를 펴고 있는 데에 청와대 입장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이에 대한 배경을 묻는 추가 질의가 이어졌지만 관계자는 해당 문장을 반복하면서 최대한 말을 아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은 야당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뿐만 아니라 여당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사건이다.
당장 청와대의 '엄중한' 인식이 이 지사를 겨냥한 것이냐는 질문이 따라붙을 수 있다. 더구나 지난 7월 문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을 천명했던 만큼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이날 입장 발표가 정치적 목적으로 분석되는 것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정치 문제가 아니라 '부동산 문제'로 보고 민심을 다독이기 위한 차원에서 입장을 낸 것이라는 설명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을,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청와대가 정치적 입장을 담아 말했다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하다"며 "이 문제는 정치 영역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동산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현 단계에서 매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천문학적인 금액의 보도를 접하면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를 겪은 국민들이 느낄 허탈함 등 국민 정서를 고려했다"며 "국민 분노가 커질대로 커진 게 아니냐는 판단 아래 현 시점에서 입장을 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 분노와 허탈감에 청와대가 공감한다'는 입장을 정치적 해석을 우려해 말씀드리지 않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봤다"고 강조했다.
대선정국 등 정치적 문제로 접근한 입장 발표는 아니라 해도 청와대의 '엄중' 입장이 나온 이상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검·경 등 수사당국이 대통령의 의중을 '정치적 고려 없는 철저한 수사'로 받아들일 공산이 커졌다.
실제로 복수의 정치권 인사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미 9월 중순께 참모진들로부터 '대장동 사건이 심상치 않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고 '철저한 수사'를 언급하는 메시지를 내려다 참모진의 반대로 접었다고 한다.
또 하나의 거대한 부동산 비리 사태가 불거진 것에 초점을 맞춘 의도였으나 '정치적 오해'를 염려한 만류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전날(4일)까지도 내부적으로 대장동 메시지를 내는 것에 대해 치열한 토론을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오는 10일 이 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대통령이 당 대선 경선에 개입하는 것처럼 비치거나 당청 갈등으로 보일 수 있는 문제 등이 고려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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