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석학 타일러 코웬 특별인터뷰]②
지지율 하락 보라…바이든 큰 정부 기대 낮아
질낮은 고용 위한 재정 지출, 정부 업적 아냐
韓, 대기업 취업 안해도 좋은 기회 더 많아야
불안한 세계…다음 위기, 지정학 위험서 온다
헝다 패닉 없겠지만…성장 동력 갉아먹을 것
타일러 코웬 미국 조지메이슨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달 27일 오후(현지시간) 이데일리와 화상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정남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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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기업은 정말로 도덕적이지 않고 정직하지 않고 탐욕적인 대상일까.
이런 도발적인 질문에 단호하게 ‘노(no)’라고 답하는 석학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다는 경제학 블로그 ‘한계 혁명(Marginal Revolution)’을 직접 운영하는 스타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 미국 조지메이슨대 경제학과 교수. 그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대표 저서 ‘기업을 위한 변론(Big Business)’을 통해 세계 곳곳에 퍼진 반(反)기업 정서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석학의 명성을 다시 증명한 인사다.
이를테면 코웬 교수는 기업, 특히 대기업을 ‘안티 히어로(Anti-Hero)’라고 칭했다. 많은 이들에게 대기업은 탐욕스럽고 노동자를 괴롭히는 곳으로 비치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대기업 제품을 쓰면서 행복해하고 그곳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세상은 바뀌었다. ‘기업의 천국’ 미국부터 정부가 유례가 없는 천문학적인 재정을 풀고 있어서다. 집권당인 민주당 내에서조차 “좀 심하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다. 동시에 정부는 그 청구서를 법인세 형태로 기업에 내밀고 있고, 산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 역시 대선 국면에서 ‘큰 정부’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돈을 너무 많이 썼습니다. (국채 발행 등을 통해) 돈을 더 빌려서 더 쓰는 건 한 쪽에서 다른 쪽으로 옮겨주는 겁니다. (경제 발전의 원천인) 순이익(net gain)이 아니지요. 줄여야 할 시점입니다.”
이데일리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코웬 교수와 화상으로 1시간 가까이 특별인터뷰를 했다. 그는 실물경제의 핵심인 기업과 정부, 그리고 일자리 등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韓 대기업 못 가도 기회 많아야
-미국의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
△그렇다. 미국 정부가 팬데믹 이후 충분히 돈을 썼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돈을 더 빌려도 갚을 수는 있을 것이다. 패닉까지 갈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 지출이 (큰 부가가치를 만드는) 이익을 내는 건 아니다. 코로나19 방역정책을 다시 점검하고, 경제가 (민간 중심으로) 회복하게 해야 한다. 국가부채를 더 감당하는 건 멈춰야 할 시점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인프라 딜에 대한 의지가 높다.
△미국 사람들이 바이든 대통령 하에서 큰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 지지율부터 떨어지고 있지 않나.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9월22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3%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월 취임식 직후 조사에서는 57%였다.) 민주당 수뇌부도 긴장 상태다. (천문학적인 재정 지출을) 재검토해야 한다.
-한국은 대선 국면이다 보니 재정 얘기가 많다. 특히 일자리 공약이 많다.
△재정을 잘 쓰는 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좋지 않은(질 낮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돈을 쓰는 건 업적이라고 볼 수 없다.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국의 고용 상황은 어떻게 보는가.
△크게 두 가지의 일자리 종류가 있다고 본다. 돈 많이 주고 비교적 안정적인 대기업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런 곳에 취업하지 못하면 한국에서는 삶이 힘들어진다. 이런 둘의 간극을 줄여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엔터테인먼트, 핀테크 등의 일부 분야에서 한국 경제는 점차 역동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대기업에 취직하지 않더라도 다른 좋은 기회가 많은 경제로 가야 한다.
-더 구체적으로 조언한다면.
△한국은 인프라 여건이 너무 좋다. 미국처럼 인프라에 투자하자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래서 더 기술지향적이고, 더 창의적이고, 더 위험을 감수하는 쪽으로 산업계 방향이 잡혀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이 다이내믹해져야 한다. 한국은 예전보다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이 많아졌다. 꾸준히 진전하고 있지만 더 나아져야 한다. 또 하나는, 중앙정부가 이런 일에 지휘봉을 쥐려고 한다면 그건 회의적이다.
다음 위기는 지정학 위험서 온다
-다음 위기가 온다면 어디서 촉발할까.
△지정학 위험으로 보고 있다. 현재 세계는 매우 끔찍한 공간(nasty place)이다. 평화가 오래도록 이어졌지만, 한순간에 변할 수 있다. 일단 미국이 리더로서 적절하게 헌신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미국의 약점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트럼프 정권이나, 바이든 정권이나 (미국 우선주의 방향은)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나는 이를 매우 걱정하고 있다. 거기에 따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든, 이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세계 정세의) 상황을 조정하려고 하고 있다. 세계는 매우 불안정하다.
-한국물 자산은 투자할 만하다고 보는가.
△나는 한국 투자에 있어 매우 적극적이다. 하지만 역시 걱정하는 건 지정학 위험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인한 장기적인 불안정성이다. 한국이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미중 갈등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간 패권 경쟁이 한국에 대한 장기 투자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를 잘 다뤄야 한다.
-중국 헝다(Evergrande) 사태는 어떻게 보는가.
△중국 정부는 결국 (무리한 사업 확장을 하려다가 빚더미에 앉은) 헝다를 구제하면서 많은 돈을 쏟아부을 것이다. 당연히 도덕적 해이 문제를 촉발할 것이다. 이는 자금이 덜 생산적인 곳으로 흐른다는 뜻이다. 중국이 성장 동력을 빠르게 잃어가는 악재가 될 수 있다. (헝다는 지난달 23일과 29일 예정된 달러 채권 이자 8350만 달러(약 993억원), 4750만 달러(약 559억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디폴트 우려가 본격화했다. 극심한 유동성 경색에 직면한 만큼 줄줄이 다가오는 이자 지급일을 지키지 못할 게 유력하다.)
-제2의 리먼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혀 그렇게 보지 않는다. 헝다 사태는 비관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한순간에 패닉이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 중국 경제에 서서히 퍼지는 독이 될 것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리먼 사태 같은 패닉 없이 서서히 무너진 일본 경제와 비슷하다.
-전세계가 인플레이션 우려에 떨고 있다.
△주위의 많은 학자들이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만약 지금 당장 자동차를 사야 한다고 가정한다면 불편한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뉴욕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수준(1.4~1.5%대로)은 낮게 유지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장기적으로 패닉까지 갈 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나는 시장의 흐름에 동의하는 쪽에 가깝다.
타일러 코웬 교수는…
△1962년 미국 출생 △조지메이슨대 경제학과 학사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조지메이슨대 경제학과 교수 △조지메이슨대 부설 메르카투스센터 소장 △포린폴리시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2011년) △이코노미스트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2011년) △‘기업을 위한 변론’ ‘4차 산업혁명 강력한 인간의 시대’ ‘거대한 침체’ 등 베스트셀러 다수
타일러 코웬 미국 조지메이슨대 경제학과 교수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출간한 ‘기업을 위한 변론(Big Business)’ 표지. 한국어로도 번역 출간돼 인기를 끌고 있다. 코웬 교수는 기업, 특히 대기업을 ‘안티 히어로(Anti Hero)’라고 칭하며 세계 곳곳에 퍼진 반(反)기업 정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출처=아마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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