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은행 토스뱅크가 연 2% 금리의 입출금 통장을 내놓자 뜨거운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주식시장의 고점 논란과 부동산시장 대출 규제로 안전자산인 예·적금에 대한 수요가 늘자 토스가 그 수혜를 고스란히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각종 까다로운 조건을 달아 유명무실한 고금리 예·적금만 내놨던 시중은행들도 인뱅의 ‘기습’에 놀라 금리는 올리고, 조건은 줄이는 식으로 금융상품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제로금리(기준금리 0.75%) 시대에 통장 이자를 통한 재테크가 가능할까. 은행들이 특정한 조건에 맞춰 고금리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조건과 향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따져서 가입하면 ‘짠테크’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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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있는 토스 돌풍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에 이어 3호 인뱅인 토스뱅크가 연 2% 금리의 입출금 통장을 내놓자 그 반응은 뜨거웠다. 사전 신청 이후 3일 만에 신청자 수가 50만 명을 돌파할 정도였다. 토스뱅크는 10월 5일 영업 개시를 앞두고 이 같은 입출금 통장과 체크카드 상품을 사전 공개했다. 토스뱅크 통장은 가입기간이나 예치 금액, 거래 실적 등 별도의 까다로운 조건 없이 수시로 입출금할 수 있는 통장이다. 조건 없이 연 2% 금리를 보장하는 셈이다.
토스뱅크 체크카드는 커피, 패스트푸드, 편의점, 택시, 대중교통 등 5대 가맹점에서 카드를 사용하면 전월 실적 조건 없이 매달 최대 4만6500원의 캐시백을 제공한다. 송금 수수료와 국내외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입출금 수수료는 무제한 무료다.
이 같은 조건은 2022년 1월 2일까지 적용된다. 토스뱅크는 일정 주기마다 새로운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놨다. 이들 상품은 토스 애플리케이션 ‘토스뱅크 사전신청’ 메뉴에서 신청이 가능하며, 만 17세 이상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처럼 토스가 2%대 적금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당분간 손해를 보더라도 일단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의지다.
기존 시중은행들도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예·적금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토스만큼은 아니다. 시중은행들은 사실 자금 운영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주식, 부동산 등 재테크 시장이 여전히 불안해 갈 곳 잃은 돈이 시중은행 요구불예금으로 몰려 이 자금이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요구불예금은 은행에서 ‘핵심예금’으로 불리는데 그만큼 이자를 거의 안 주고 있다는 뜻”이라며 “그러나 요구불예금은 대기성 자금 성격이 커 금융시장 분위기에 따라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MMF, 수시입출금 통장처럼 은행 입장에서 이자를 거의 주지 않는 요구불예금은 올 들어서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85조1869억원이다. 지난 1월 말보다 47조3314억원 급증했다. 반면 정기예금과 적금은 같은 기간 5조1776억원, 5조3657억원씩 줄어 대조를 이뤘다. 예·적금이 줄었다고 해도 요구불예금이 훨씬 많이 늘어 시중의 돈이 은행으로 모이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굳이 높은 금리를 줘가면서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내놓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SC제일은행이 9월 들어 정기예금 특별판매를 진행했으나, 특판 금리는 최고 연 1.4%에 불과했다. 첫 거래 고객이 이달 중 입출금식 예금에 30만원 이상, 1년 만기 퍼스트 정기예금에 1억원 이상 가입하는 조건이 달렸다. 토스(2%)에 비하면 금리 경쟁력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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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소비자의 마음은 ‘갈대’다. 인뱅이나 저축은행들이 고금리 상품을 통해 ‘록인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 효과는 특정 재화나 금융 서비스를 한 번 이용하면 다른 곳을 소비하기 어려워져 기존의 것을 계속 이용하는 행태를 뜻한다.
시중은행들도 고금리 상품을 내놓고 있다. 올 들어 주택담보대출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이 급증하면서 은행 입장에선 예·적금과 같은 수신 상품도 대출 증가세에 맞춰서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중은행 고금리 상품은 그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롭고 한도가 낮아 실제로 1년이나 3년 후에 고객들이 손에 쥐는 이자는 쥐꼬리만큼이나 작다는 것이다. 토스 상품처럼 2%대 시중은행 적금 상품도 꽤 있다. 신한 알쏠적금은 12개월 이상 36개월 이내로 연 2%대 금리 상품이다. 가입금액은 월 1000원 이상 300만원 이내다. 1년 기준 최고 연 2.35%로, 기본금리 연 1.05%에다 우대금리 1.3%포인트가 가산되는 구조다.
우대금리 조건을 보면 신한은행 입출금 통장으로 50만원 이상 입금이 있으면 0.6%포인트를 금리에 얹어준다. 이 밖에 우대 조건으로는 신한카드 결제계좌를 신한은행으로 지정해 결제금액 발생 0.3%, 오픈뱅킹 0.6%, 신한은행 주택청약상품 보유 0.3%, 마케팅 동의 0.1%가 있다. 우리은행 원(WON)적금은 연 최고 2.3%를 준다. 이 은행은 ‘원적금’이 스마트폰에 익숙한 MZ세대가 가입하기에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개인 고객 대상이며, 월 최대 50만원 1년 만기 상품이다. 기본금리가 2.1%로 높은 편이고 우대금리는 최대 0.2%포인트다. 원통장이나 우리꿈통장에서 출금해 가입하는 경우에 0.1%포인트, 우리 오픈뱅킹 서비스에 가입 후 유지하면 0.1%포인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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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은행도 가입 조건이 간단하면서 금리가 2%대인 상품인 ‘NH샀다치고 적금’을 주력 상품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은행은 커피, 야식 등 평소 절약할 수 있는 소비물품 등을 “샀다치고 적금을 들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한다. 소비 아이콘(커피, 야식, 택시비 등)을 클릭해 손쉽게 입금하고 저축 캘린더(달력)로 짠테크 현황을 파악해 목돈을 모을 수 있는 적금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가입 대상은 만 14세 이상의 개인으로, 기본금리(0.85%)를 포함한 최고금리는 연 2.25%다. 우대금리는 아이콘 클릭 입금 횟수에 따라 최대 1.2%포인트 등 최대 1.4%포인트다. 가입금액은 월 1000원 이상 30만원 이하로 자유적립식이다. 다만 이 상품 판매한도가 10만 계좌로 한도가 차면 더 이상 가입할 수 없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가입할 만한 2%대 금리 상품도 있다. KB반려행복적금은 반려동물과 추억도 쌓고 우대이율도 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화제다. 반려동물 관리·입양·정보 등록이 가능한 고객 참여형 스마트폰 전용 적금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적금은 누구나 KB스타뱅킹 앱에서 가입할 수 있으며 12개월 이상 36개월 이하 월단위로 계약 기간을 설정할 수 있다. 매월 1만원 이상 50만원 이하의 금액을 자유롭게 저축할 수 있는 자유적립식 적금으로, 기본금리는 36개월 기준 1.35%이며 우대이율 적용 시 최고 연 2.85%의 금리를 제공한다. 또 KB반려행복적금 입금 실적이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전용 매장인 ‘몰리스펫샵’ 할인쿠폰을 주는데 매월 1장씩 모두 12회를 제공한다. 이 적금 우대금리 중 가장 높은 비중은 적금 신규일을 포함해 이전 6개월 동안 KB국민은행에 고객정보를 최초로 등록한 고객에게 0.5%포인트를 준다. 이 조건을 포함한 최대 우대금리는 1.5%다.
하나은행은 이 은행 상품 중에서 최고금리 상품으로 ‘급여하나월복리 적금’을 제시하고 있다. 만 35세 이하 청년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상품으로 최고 연 3.5%의 금리를 제공한다. 기본금리는 1.2%이지만 급여 실적(0.9%), 온라인 채널 통한 가입 0.1%, 청년직장인특별금리 조건 충족 1.3% 등 2.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주는 조건이다. 납입 한도가 분기(3개월)당 최대 300만원으로 정해져 있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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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만 맞으면 고금리 상품도
시중은행 상품 중에도 연 7% 고금리 상품이 있어 눈에 띈다. 다만 조건을 따져보면 가입이 녹록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매직적금 바이 롯데카드’는 우리은행 거래 실적과 롯데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최고 7%의 금리를 보장한다. 두 곳의 금융사 실적을 충족해야 하지만 넉넉한 한도와 가입기간을 제공한다는 것은 장점이다. 납입 최고한도는 월 최대 50만원이며, 가입기간은 1년이다. 기본금리는 연 1.5%이며, 우리은행과 롯데카드 실적에 따라 우대금리 0.5%포인트, 특별우대금리 5.0%포인트로 구성돼 있다.
농협은행 내 최고 금리 적금 상품은 ‘NH1934월복리적금’이다. 가입 대상은 만 19세에서 만 34세 개인이나 개인사업자다. 우대금리(최고 3.5%포인트)를 포함한 최고금리는 4.35%다. 급여 이체 실적이 있는 경우 1.0%, 비대면 채널에서 월 평균 2건 이상 이체 때 0.3%, 신규 가입 시점에 상품 서비스 안내에 동의한 경우 0.2%, 농업계고등학교나 청년농부사관학교 졸업자에게 2.0%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가입금액은 매회 1만원 이상 월 50만원 이내 자유적립식이다. 가입기간은 6개월 이상 24개월 이내이며 이 은행은 목돈 마련이 필요한 MZ세대 직장인이나 대학생이 가입하면 유리하다고 밝혔다.
▶기다리면 더 높은 금리 상품 나올까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2020년 5월(연 1.07%) 이후 줄곧 0%대를 유지해 왔다. 지난 7월에는 연 0.91%였는데 8월 기준금리 인상으로 정기예금 금리도 오르고 있다. 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정기적금 평균 금리는 2020년 7월부터 계속 1.1%대에 머물러 왔으며 올해 7월에는 연 1.14%였는데, 기준금리 인상분을 반영해 높아질 전망이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반면 이 같은 예·적금 금리의 인상 폭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이 수신잔고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변수는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유지 여부다. 은행들이 주목하는 규제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이다. 당국은 코로나19로 인한 은행권의 자금여력 확충을 위해 LCR 규제를 완화해주고 있는데 9월 말 종료된다. LCR는 향후 30일간 예상되는 순현금 유출액 대비 고유동성자산의 비율이다. 2019년까지는 은행들이 이 비율을 100% 이상으로 맞춰야 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몰아치면서 당국은 이 기준을 85%로 낮춰줬고 이 기준이 9월 말로 끝나는 것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평균 LCR 비율은 90.3%다. LCR가 100%로 상향되면 은행들은 고유동성자산을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은행들은 대출 등 여신은 줄이고 예·적금 등 수신 상품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게 된다. 그러나 은행들은 아직까지 적극적인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지속으로 LCR 규제 완화 조치는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은행들의 관측”이라고 전했다.
[문일호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3호 (2021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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