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국감]
단기간 신용대출 증가 추이 가팔라..부실 뇌관 될라
정은보 금감원장 "담보 없는 신용대출 우려 높아"
정 원장은 지난 8월 취임사 때부터 연쇄적인 금융위기를 뜻하는 ‘퍼펙트 스톰’을 언급하며 대내외적인 금융환경 악화와 가계부채 증가를 우려했다. 그는 7일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 감사에서도 이 같은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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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원장 “신용대출 부실 우려 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피감기관 수장으로 참석한 정은보 금감원장은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세종특별자치시 갑)의 질의를 받았다. 홍 의원은 정 원장이 취임사부터 퍼펙트 스톰이란 단어를 쓴 취지를 물었다.
정 원장은 “주변 대외 환경 요인의 변화로 우리 경제가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누적된 저금리 구조, 인구 구조의 변화 등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퍼펙트스톰이) 올 수도 있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의원도 정 원장의 견해에 동조했다. 그는 “변동금리 대출 비율이 우리나라에서 특히 높다”면서 “미국도 신용대출 금리는 10% 정도이고 한도도 2만~3만달러인데, 우리나라에서만 저금리 신용대출을 최근 3년간 1억원 이상씩 받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은행들이 대출을 조이자 중저신용자들이 상호금융으로까지 몰려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자칫 신용대출의 뇌관이 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원장은 “신용대출 부문에 있어 엄격하게 관리하도록 제도를 바꿨다”면서 “신용대출은 단기 대출이고 담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금리상승 시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규제 계속된다
금융당국 주요 인사로 금융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정은보 금감원장의 가계대출 규제 의지가 재확인되면서 은행들의 대출 규제는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신용대출 증가율만 보면 이같은 걱정은 기우가 아니다.
실제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와 올해 급격히 증가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주식 시장이 호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른바 ‘빚투(빚을 내 투자)’ 열풍이 불었다.
2020년 한해에만 5대 은행 신용대출 증가율은 21.6%(23조7374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당국의 개입으로 신용대출 증가세가 꺾였지만 여전히 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5.5%(7조3518억원) 증가했다.
자료 : 5대은행 여수신계정 |
문제는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이다. 신용대출은 대부분 1년 만기 단기 대출이다. 금리 상승이 주택담보대출보다 신속하게 반영되는 경향이 커 차주(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단기간 높아지게 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산매입 규모 축소가 가시화되면서 국제 금융시장까지 출렁일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외화 유출을 우려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부득이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뒤늦게 가계대출 조이기 나섰지만…
금융당국은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은행들에 가계 대출이 무작정 늘어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해왔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부터 퍼펙트스톰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고 금융위 등 유관기관과 협의를 한다는 방침이다.
은행들도 이에 발맞춰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줄이고 금리도 높이고 있다.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 2금융사를 불러 가계대출 대책 주문을 하기도 했다.
NH농협은행과 농축협은 지난 8월부터 신규 주담대를 중단했고, 수협은 이달 초부터 가계대출을 전면 중단키로 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지점별 대출 한도까지 뒀다.
카카오뱅크는 연말까지 고신용 신용대출과 일반 전월세보증금 대출, 직장인 사잇돌 대출 등의 신규 취급을 중단한다. 카뱅 관계자는 “일부 대출 상품의 신규 대출 중단은 가계대출 관리 차원”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최근 출범한 토스뱅크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대출 한도를 5000억원으로 제한하도록 권고했다. 은행들의 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신규 인터넷은행으로까지 퍼지지 않도록 사전적 조치를 한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우려는 이해하는 바이지만 집값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대출을 조인다면 결국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닌가”라면서 “무엇이 먼저인지부터 살펴봐야하지 않겠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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