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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금융당국 전세대출 규제 강화에 전세 실수요자 '발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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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게시판·포털 부동산카페에 "불안·불만" 표출

전세품귀·입주물량 감소…"내년 전세난 심화 대비해야"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은행 외벽에 부착된 대출상품 안내문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때라 시중은행들이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전세 실수요자들의 불안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추가로 전세대출 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인터넷 포털의 부동산 관련 카페 등에는 추가 규제를 우려하며 "전세대출 규제를 재고해 달라"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 대출 조이기 나선 금융당국…전세대출 규제도 시작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순께 발표할 가계부채 보완대책에 전세대출 규제를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해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시중은행에 올해 가계대출 연간 증가율을 5∼6% 이내로 관리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도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았고 상반기를 지나면서 정부가 권고한 증가율에 다다르는 은행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NH농협은행이 8월부터 전세대출을 비롯한 모든 가계 담보대출의 신규 취급을 중단했고, 우리은행과 SC제일은행 등도 가계 대출 상품 취급을 제한하거나 중단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범위 내로 제한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임차보증금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2억원 오른 경우 그동안은 기존 전세자금 대출이 없는 세입자는 임차보증금의 80%인 4억8천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임차보증금 증액분인 최대 2억원까지만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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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대출 규제 (PG)
[권도윤 제작] 일러스트



KB국민은행에 이어 하나은행도 오는 15일부터 같은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은 곧 발표할 가계부채 보완대책에 전세대출 규제 강화 내용을 추가할지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대출이 전체 가계대출 증가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대출 관리를 위한 규제가 필요하지만, 서민·취약계층이 직·간접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에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의 규제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승범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전세대출 규제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고 위원장은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세대출을 조이고 집단대출도 막아야 하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의 질의에 "예"라고 답하면서 "6.9%를 달성하려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며 그렇게 노력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의 대부분이 실수요자 대출"이라며 "실수요자 대출도 가능한 한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종합적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세대출 조이면 계약금 날려"…입주물량 줄어 내년도 '걱정'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전세대출 규제마저 강화된다는 소식에 전세 실수요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세대출 규제 제발 생각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도 올라왔다.

경기도 외곽에 거주하는 청원인은 "은행에서 전세대출이 가능하다는 가심사를 받고 입주 한 달 전 안심하고 계약했는데 지금 전세대출을 조이면 계약금을 날려야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지금 사는 전셋집 집주인이 실거주 이유를 대며 재계약을 거부해서 아이 학교 등을 고려해 같은 아파트로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며 전셋값이 2억원 올라 전세대출을 알아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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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다른 청원인은 "성실하게 한푼 두푼 모아 전세 들어가고, 주택 구입하려는 게 잘못이냐"며 "대출 규제도 좋지만, 제발 실수요자를 구분해 규제해달라"고 호소했다.

네이버의 한 부동산 관련 카페에 '전세자금대출'이라는 제목의 글을 쓴 임차인은 "7천만원 대출이 필요한데 현재 신한은행 빼고는 모두 막혔다고 한다. 계약은 했는데 (은행에서는) 11월 초에 한도 알아보고 연락을 준다는데 신한까지 막히면 어디서 융통을 해야 하나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육아 문제로 자가는 전세를 놓고 친정이 있는 아파트에 전세를 구하려는 30대 주부 A씨는 "우리 집에서 나오는 전세보증금보다 들어갈 집의 전셋값이 2억원가량 더 비싸 전세대출을 받으려 은행에 갔는데 '곧 대출이 제한될 수 있다'며 신청을 서두르라고 했다"면서 "집을 꼼꼼히 알아보지도 못하고 급하게 계약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사이 대출이 막히면 어떡하나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출규제 강화 소식에 전세 계약을 서두르는 임차인이 늘어나면서 추석 연휴 기간 한풀 꺾였던 전셋값 상승세도 다시 강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지난주 수도권 전셋값은 0.24% 올라 전주(0.21%)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서울이 0.19% 올라 지난주와 같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경기는 지난주 0.24%에서 이번 주 0.28%로, 인천은 0.27%에서 0.30%로 각각 상승 폭이 확대됐다.

만성적인 전세물량 부족에 더해 가을 이사철 전세 수요까지 겹치면서 전세난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세 시장에 숨통을 틔워주는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것도 '악재'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하반기 서울의 입주 물량은 1만3천141가구로, 상반기보다 25.9%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내년 입주 물량도 2만463가구로, 올해보다 33.7% 줄어들 전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입주물량 감소 등 공급 위축으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은 앞으로도 전세난 심화가 우려된다"며 "특히 내년 7∼8월이면 새 임대차법 시행 2년을 맞아 계약갱신 만료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서 전셋값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큰 만큼 이에 대한 정책 당국의 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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