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출청약 철회권 승인 건수는 2822건(2880억원)으로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 직후인 지난 4월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금소법 시행 직전 월평균 780여건 정도가 승인된 것과 비교하면 3.6배 증가했다.
청약철회권은 소비자가 대출성, 보장성, 투자성 금융상품 등을 구입한 후 일정 기간 내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이다. 대출 상품은 14일 이내 취소할 수 있다. 지난 3월 25일 금소법이 시행되면서 청약철회권을 사용할 수 있는 금액과 횟수 등 조건이 크게 완화됐다.
금소법 시행 직후인 4월 1340여건으로 늘어난 대출청약 철회 건수는 7월 2000건을 넘어섰고, 9월 2800건을 돌파했다. 최근 6개월간 5대 시중은행에서 취소된 대출 금액만 1조3780억원에 이른다. 지난 8월부터 일부 은행이 대출을 중단하며 대출 조이기에 나섰지만 지난달 대출 철회 건수는 오히려 전월 대비 120여건 증가했다.
일부에서는 청약철회권으로 소비자권이 향상됐다는 분석을 내놓지만 현장 의견은 다르다. 쉬운 대출 취소가 급전 대출 창구로 오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소비자의 청약철회권 악용으로 정착 대출이 필요한 사람에게 대출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14일 내에 대출을 취소하면 이용 기간만큼 이자와 관련 비용만 내면 되고, 상환 수수료(약 원금의 1.5%) 등을 지불하지 않는다. 특히 대출 이력이 삭제된다. 공모주 청약, 오피스텔 청약에 증거금 등을 내기 위해 대출청약 철회권을 남용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사용된 후 다시 반환되는 곳에 돈을 넣기 위해 청약철회권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출이 나오기 쉬운 예·적금 담보 대출, 소액 신용대출 등을 우선 받고 취소하는 방식이 쓰인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7월부터 일부 시중은행에서 비대면 대출 취소도 가능해지자 철회권 사용량은 더 늘었다. 6월 1079건이었던 대출 청약 철회 건수는 한 달 사이 1091건이 늘었다. 모든 업무가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인터넷은행에서도 이런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지난 3~9월 상품 철회 건수는 5만9119건으로 모든 은행 중에서 가장 많다. 2위는 역시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1만295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감독규정에 같은 은행에 1개월 내 2번 이상 청약 철회를 하면 불이익을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며 "향후 금융사 표준약관 등을 참고해 철회권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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