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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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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서 섬유 원단 생산하는 韓商 "한국 원단산업, 일본 추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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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 인산국제무역유한공사 대표 "코로나로 매출 반 토막 났지만, 희망 잃지 않아"

연합뉴스

이동호 중국 쑤저우인산국제무역유한공사 대표
[왕길환 촬영]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사람들이 섬유원단산업은 사양길에 접어들었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한국은 고품질·고기능성· 고부가가치 원단을 만들고 있죠. 중국은 따라올 수 없고, 일본은 이미 추월했습니다."

중국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의 공업원구(工業園區)에서 섬유 원단 공장 '쑤저우인산국제무역유한공사'를 운영하는 이동호(74) 대표는 한국 원단산업을 이렇게 진단했다.

이 대표는 12∼14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열리는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와 연합뉴스 공동 주최 '제25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 참가하고자 방한했다. 그는 월드옥타 제14통상위원회(4차산업 관련)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대표는 1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아직 한국의 원단 산업은 희망이 있다. 틈새를 공략하면 된다. 원단은 소재산업이기에 한국이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아직 우리가 만드는 고부가가치 원단을 만들 수 있는 품질 수준을 확보하지 못했고, 일본은 원단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었으므로 우리의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그는 섬유원단산업 외길을 걸어왔다. 대구광역시 출신으로, 섬유회사를 운영한 부친의 사업체에서 20년간 근무를 했다.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우면서 전문가로 거듭났다.

부친이 회사를 정리할 즈음 고교 동창이 운영하는 동성섬유에 스카우트됐고, 1996년 중국 칭다오(靑島)에 이 회사 중국법인 총경리를 맡으면서 진출했다.

회사를 안정시킨 뒤 그는 칭다오에서 창업해 독립했다. 초창기 사업이 번창해 쑤저우에도 지사를 낼 정도였지만, 원단업체들이 인건비 상승 등의 이유로 중국에서 철수할 때 칭다오 공장을 접었다.

쑤저우인산국제무역유한공사는 원단을 생산해 한국에 있는 봉제 공장이나 베트남, 미얀마, 인도네시아의 한국인 봉제 공장에 납품한다. 완성된 의류들은 스페인 '자라', 영국 '마크 스펜서', 프랑스 '퀵 실버' 브랜드 등을 달고 시장에서 유통된다.

이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미얀마 군부 쿠데타 등으로 매출은 반 토막 났지만, 그래도 꾸준히 연간 1천만 달러(약 120억원)는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단업체 대부분이 중국을 탈출했지만, 이 대표는 계속 남아 있을 예정이다. 아직 중국이 원단 공급국가로는 존재감이 크기 때문이다. 장쑤성에 있는 1천여 개의 섬유원단업체 가운데 한국인이 운영하는 회사는 드물다고 한다.

이 대표는 경영 활동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섬유원단업체에 종사할 생각이다.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인 의ㆍ식ㆍ주 가운데 '옷'(衣)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원단을 책임지고 있다"는 그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그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항상 꾸준히, 큰 기복 없이 점진적으로 상승하자'는 마음으로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업체가 많아져 어려움도 여러 번 겪었지만,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려고 하면 상대방도 알아줘 동행하게 돼 파트너십이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8년째 '이동호의 미래세상'이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껏 2천489건의 글을 올렸다. 여행, 사진, 건강, 골프, 산행, 월드옥타, 사람, 세상 사는 이야기 등 주제도 다양하다.

특히 현대, 삼성 가(家)의 이야기와 한국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은 팔로워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한다.

그는 "한국의 미래 먹거리는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즉 반도체, 스마트폰, 배터리, 바이오, 전기차"라고 꼽았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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