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가구 뷰’ 넷플릭스 최다…해외 언론 ‘자본주의 현실’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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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청 가구 수가 1억1100만을 돌파해 넷플릭스 사상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넷플릭스는 12일(현지시간)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사상 최우수 프로그램이라면서 지난달 17일 첫선을 보인 이후 계정 1억1100만개가 이 드라마를 시청했다고 밝혔다. 현재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 94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넷플릭스는 덧붙였다.
이전까지 1위는 8200만가구가 시청한 <브리저튼>이었다. 19세기 영국 리전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 스토리 <브리저튼>은 공개 한 달 만에 8200만가구가 시청해 기존 1위였던 <위쳐>(7600만가구)를 뛰어넘었다. CNN은 <오징어 게임>이 출시 한 달도 안 돼 <브리저튼>의 기록을 넘어 1위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해외 언론의 비평도 이어지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내용을 한국 자본주의 현실과 연결짓는 내용이 대다수다. 드라마의 배경에는 가계부채와 집값 폭등, 열악한 노동환경, 사회적 불평등 같은 한국 사회의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오징어 게임>을 계기로 한국 사회의 경제적 문제를 조명했다. 가디언은 배달 일을 하는 최영수씨(35·가명)의 사례를 직접 취재해 “대출받는 것이 커피 한 잔을 사는 것만큼 쉬운 나라에서 빚으로 숨이 막히는 수많은 평범한 한국인 가운데 한 명”이라고 소개했다. 고향인 인천에서 호프집을 연 최씨의 사업은 코로나19의 희생양이 됐고, 4개월 동안 집세를 내지 못하자 은행에 도움을 청했다. 최씨는 은행 대출은 의외로 쉬웠지만 이자가 연 4%나 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최씨는 기존 대출을 갚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빌려야 했고, 결국엔 시중 대부업체에 연 17% 이상의 이자를 물면서 돈을 빌리는 사업자들 대열에 합류했다.
가디언은 <오징어 게임>이 “한국 자본주의의 실패에 대한 분석을 엮어내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와 포브스 등은 한국의 부동산 가격 폭등과 청년실업, 개인 부채 문제를 드라마와 연결시켰다. 블룸버그는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크게 앞질렀다”며 “역대 최저금리 상황에서 젊은 한국인들은 투기가 재정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장담하면서 빚을 내 부동산부터 가상통화까지 사들이고 있고 이는 집값을 더 올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 ‘삼포세대’라고 알려진 젊은 세대들은 가정, 직업, 배우자, 자녀를 포기하고 있으며 절망은 많은 사람들을 자살로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포브스 역시 <오징어 게임>은 영화 <기생충>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깊은 불평등과 점차 기회가 줄어드는 현실을 배경으로 한 문화 수출품이라고 소개했다. 포브스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기 직전 대학을 졸업한 신예은씨의 입을 빌려 “<오징어 게임>은 한국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과 실제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사실 사이의 아이러니를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더 컨버세이션은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인기 원인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닌 자본주의 자체의 폭력성을 생존게임 장르와 블랙코미디를 엮어서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어린이놀이의 잔인한 각색은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자본주의에 대한 놀랄 만한 비유를 제공한다”면서 “주인공 기훈(이정재)은 계속 증가하는 부채를 통해 현대적 형태의 노예 상태로 빠져든다. 효과적 형태의 노예 제도는 탈북자와 동남아시아 이주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것으로 묘사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오징어 게임>은 퀴즈쇼부터 서바이벌 리얼리티 TV 프로그램까지 게임쇼에 대한 전 세계적, 문화적 집착을 이용한다”며 “한국의 TV 드라마에서는 보기 드문 서양 영화의 폭력성을 담고 있으면서 사회적 불안에 대한 강력한 은유를 형성한다”고 전했다.
프랑스퀼튀르는 앙트완 코폴라 성균관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인터뷰를 통해 이 드라마가 “죽음의 자본주의에 대한 은유”라며 한국에서 불평등 문제를 소재로 한 영화가 쏟아져나오게 된 역사·사회적 배경도 다뤘다. “한국은 북한과 마주해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끊임없는 이념대립을 하고 있으며, 서구 근대성과 아시아 전통 사이 대립의 역사가 있는 나라”이고, 이러한 특성이 한국 예술가에게 풍요로움과 창의성을 준다고 분석했다. 코폴라 교수는 “참가자들을 죽음으로 이끄는 게임에서 승자의 능력은 특별하지도 않고 필수적이지도 않다”며 “이것은 인간과 자연의 포식자로서의 자본주의, ‘죽음의 자본주의’에 대한 은유”라고 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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