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방위 가계대출 조이기가 수요자들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지난 8월 NH농협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일부 중단할 때만 해도 금융당국은 "다른 금융회사까지 대출 취급 중단이 확산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두 달여가 지난 지금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일부 대출을 중단하거나 문턱을 높였다. 정부의 말을 믿고 기다린 사람이 대출을 받기 위해 이리저리 뛰고 있지만 한도도 적고 금리도 높다.
연말까지 목표치를 맞추려는 정부의 방침은 내년 초 '대출 요요'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내년은 가계대출 증가 목표율이 4%로 올해(6.99%)보다 낮다. 게다가 임대차법 시행 2년이 되는 해다.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면서 2년간 오르지 못한 가격이 한꺼번에 반영될 매물이 적지 않다. 올해보다 더 빨리 대출 총량이 소진될 수 있다. 그러면 또 '대출 조이기'가 반복될 수 있다.
신용이 낮은 사람이 고신용자보다 돈을 빌리기 쉬운 '역전 현상'도 벌어진다. 카카오뱅크는 고신용자의 신규 신용대출을 중단했지만 중·저신용자에게는 대출이자를 지원한다. 케이뱅크 역시 중·저신용자의 신용대출에 두달 치 이자를 지원한다. 정부는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은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 관리에서 일부 제외하기도 한다. 고신용자에 대출을 조이면서 중·저신용자에게 이런 식의 정책을 쓰는 게 옳은지도 의문이다. 한국은행은 인터넷은행이 계획대로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면 신용대출 연체율이 지난해말 0.7%에서 내년말 1.7%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허무는 조치를 당국이 앞장서서 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추가적인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렇지만 가계부채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인 공급부족에서 기인한 집값과 전세가격의 급등이다. 대출만 조인다고 해결될 수 없는 일이다. 총량관리로 인한 부작용과 피해가 현실화될 때쯤에는 또 어떤 조치를 들고 나올 것인가.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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