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한국형 우주발사체 첫 발사
독자적 우주개발 수단 확보, 세계 7대 우주강국 도약
국제 우주 협력에 당당히 파트너로 참여해 지분 확보 가능해져
뉴스페이스 시대, 민간우주산업 활성화, '미래 먹거리' 개척 등 영향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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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21일 오후 대한민국 ‘우주 독립’의 꿈을 실은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2)’가 첫 비행에 나선다. 2010년 개발이 시작돼 1조9572억원의 예산을 들인 누리호는 100% 국산 기술로 완성됐다. 성공할 경우 한국은 세계 7대 우주강국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국가 안보·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국제 우주 개발에도 당당히 참여해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민간 우주 산업 활성화 등 경제적 영향도 만만치 않다.
-누리호 발사 과정의 관전 포인트와 ‘성공 기준’은?
▲누리호의 발사 성공 여부는 16분 내에 결정된다. 먼저 1단부 127초, 2단부 147초, 3단부 521초 등 정상적으로 각 단부의 연소·추진이 이뤄지는지가 관건이다. 또 1단부 연소 직후 페이로드 페어링(화물 탑재부 덮개)가 정상적으로 분리돼야 한다. 마지막에 최종적으로 탑재된 더미 위성을 초속 7.5㎞의 속도로 700㎞의 고도에 올려놓으면 성공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은 핵심인 75t급 액체엔진이 2018년 11월 시험 발사로 성능이 어느 정도 검증됐다며 성공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역대 세계 우주 로켓 개발 역사상 첫 비행의 성공 확률은 28% 정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실패’보다는 ‘비정상적 비행’이라는 표현을 써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미 우주발사체 기술은 다 확보된 상태라 다시 시도하면 되고, 미국 등 모든 나라가 ‘시행착오’를 겪어 온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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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사 때 엄청난 하얀 연기의 정체는?
▲누리호는 발사 전날 오전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로 이송·기립된다. 당일 오전 추진제·산화제가 주입되며 발사 10분 전부터 컴퓨터에 의한 자동 카운트타운이 시작된다. 카운트다운 종료와 동시에 1단 엔진이 자동 점화된다. 초당 드럼통 5개(1000㎏)의 추진제·산화제가 폭발하며 추력을 내기 시작해 수초 후 최대 추력 300t에 도달하면 고정장치(VHD)가 해제되면서 누리호가 하늘로 향한다. 이때 발사대 아래쪽에서 나오는 하얀 연기는 유독 가스가 아니라 수증기다. 3300도의 고열에 발사대가 녹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지하에서 물이 분사되면서 발생한다. 이륙 직후 동체에서 떨어지는 하얀 물질은 얼음이다. 추진제(케로신·등유)와 함께 쓰이는 산화제(액체산소)가 영하 183도의 극저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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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 7대 우주 강국?
▲현재 우주발사체를 보유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유럽연합(EU·프랑스), 이스라엘, 이란, 북한, 우크라이나 등 10개국이다. 한국은 11번째 우주발사체 보유국이 된다. 그러나 이스라엘, 이란, 북한, 우크라이나의 경우 사실상 무기용, 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이거나 성능이 떨어진다. 누리호는 1.5t의 화물을 탑재해 최대 700㎞의 고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데, 1t급 이상의 실용급(중형급) 인공위성을 탑재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EU 등 6개국밖에 없다. 여기에 한국은 이미 2.5t의 대형급 ‘천리안 위성’, 차세대 중형 위성 등을 자체 개발하는 등 위성 제작 부분에선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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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독립'인 이유.
▲세계는 뉴스페이스(New Space)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국력 과시나 호기심 충족 차원에서 초강대국들만 벌이던 게임이 아니다. 실질적인 국익을 확보하기 위해 우주 개발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소행성·우주 쓰레기로부터 자국의 위성·국토를 보호하기 위해, 군사·경제적 측면에서도 독자적 우주발사체의 필요성은 시급하다. 이미 미국 등 우주 강국들은 차세대 먹거리인 위성인터넷·6G 등 초고속 위성 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해 연 1000개가 넘는 위성을 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인공지능(AI)·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이 본격 개발되면서 위성 빅데이터나 독자적 GPS 확보도 필요해지고 있다. 한국 정부가 2030년까지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를 비롯한 100여개의 위성을 쏘아 올리려는 이유다. 민간업체들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컴그룹 등이 위성 제작·발사·서비스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이 독자 우주발사체를 보유해야 이 같은 수요를 적시에 감당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갈수록 고갈되는 지하자원을 확보하고 인류의 먼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우주 자원 개발·심우주 탐사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국제 우주 개발 협력 체제에서 파트너로 인정받고 지분을 확보하려면 독자 우주발사체 보유는 필수다. 허환일 충남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앞으로 우주에서의 안보도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다. 한국을 제외하고 미국은 물론, 러시아, 일본, 중국이 모두 우주군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우리 공군도 2050년까지 항공우주군으로 확대 개편하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는데 독자 우주발사체는 필수 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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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보다 늦었고, 러시아를 베꼈다?
▲북한은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호 발사에 성공했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에서 유출된 러시아의 추력 90t급 RD-250엔진을 개조한 추력 80t의 ‘백두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은 2019년 12월7일 서해 동창리의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백두엔진 4개를 묶어서 연소시험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4개의 엔진을 클러스터링한 발사체의 발사에 성공하진 못했다. 반면 한국은 75t급 액체엔진을 개발해 2018년 11월 시험발사체 발사에 성공했다. 21일 4개를 묶은 1단부 등 1차 발사를 성공하게 되면 한국이 우주발사체 개발에서 북한을 단번에 앞서게 된다.
러시아의 기술을 베꼈다는 주장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일축한다. 한국은 2013년 1월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에 러시아제 1단부 로켓(추력 170t)을 사다 쓰긴 했다. 그러나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명예연구위원은 "누리호 엔진은 12년간 연소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설계를 10여번이나 변경하고 100여차례의 연소 시험을 거치는 등 엄청난 어려움을 겪은 끝에 성공했다"면서 "러시아의 기술을 베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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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해야 할 국산 기술은.
▲누리호는 100% 국산 기술로 개발됐다. 그중에서도 로켓 엔진과 추진제 탱크, 페이로드 페어링 등 ‘3대 핵심 기술’은 우주발사체의 원천 기술로 우주 강국들이 극비로 분류하는 난도가 높은 기술들이다. 3300도가 넘는 불꽃을 내뿜는 75t급 엔진은 나로호 프로젝트 때 개발한 30t급 시제 엔진에서 시작됐다. 항우연은 미국·러시아의 고전 교과서를 뒤지고 해외 박물관의 고물 엔진들을 찾아보며 기술을 익히고 실험을 한 끝에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 총 33기의 시제품을 만들어 184회 1만8290초 동안 연소시험을 반복한 끝이었다. 게다가 4개의 엔진을 하나로 묶는 클러스터링 기술까지 습득했다. 2㎜ 안팎의 얇은 알루미늄 특수 합금으로 된 추진제 탱크도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보다도 훨씬 높은 정밀도와 고도의 용접 기술, 뛰어난 집중력이 필요했다. 우주발사체의 ‘화룡점정’인 페이로드 페어링 기술도 200회 이상의 분리 실험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해 가면서 수정을 거듭해 2013년 1월 나로호 3차 발사 성공을 계기로 마침내 기술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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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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