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답변 너무 길다"·"들어라"…여야 의원들 팽팽한 신경전
이 지사-국민의힘 의원들, 감사 시작 전 인사도 안해…항의로 한때 정회
답변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이어 20일 진행된 국회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 국정감사장에서도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을 놓고 야야 의원 간, 야당 의원과 이재명 지사 간 고성 및 설전이 오가는 등 날카로운 공방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지사를 겨냥해 준비한 '양의 탈을 쓴 불도그 인형'을 들어 보이자 여당 의원들이 "품격을 지키라"며 거세게 항의했고,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맞서면서 감사가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이 지사와 국민의힘 의원들의 신경전은 국감이 시작되기 전부터 감지됐다.
오전 10시께 국감장에 도착한 이 지사는 미리 자리에 앉아있던 민주당 의원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인사를 나눴으나, 곧이어 도착한 국민의힘 의원들과는 따로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여야 의원들이 서로 악수를 하는 동안에도 이 지사는 준비한 서류에만 시선을 고정한 채 국민의힘 측과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질의하는 이종배 |
본격 질의가 진행되기 전 여야 의원들은 대장동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둘러싸고 충돌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지사에게 성남시장 및 도지사 재임 동안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 제출을 요구하자 민주당 문정복 의원은 "인권에 대한 모독", "자료 제출 요구가 아니고 사찰"이라며 반발했다.
이날도 야당 의원들의 날 선 공격, 여당 의원들의 이 지사 엄호 모습은 지난 18일 행안위 국감과 다르지 않았다.
첫 질의에 나선 민주당 강준현 의원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영개발을 추진한 이유가 뭐냐"며 우회적으로 국민의힘 책임론을 거론했고,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은 "유동규 성남시설관리공단 전 기획본부장으로 임명하는 과정에 개입한 적이 있냐"며 이 지사에게 '유동규 측근 설'에 대한 답변을 유도했다.
이 지사는 헛웃음까지 지었던 지난 행안위 국감 때와 달리 이날은 대체로 차분한 어조로 답변을 이어갔으나 야당 측의 거듭된 대장동 관련 지적엔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질의하는 김윤덕 |
이 지사는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보고를 받은 적 없냐"면서 질의를 이어가자 "저도 답할 기회를 달라", "코끼리 다리를 만지듯 엉뚱한 소리를 하지 말라"며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맞섰다.
"LH가 개발이익 대부분으로 임대주택 짓는 것을 아느냐"는 국민의힘 김희국 의원의 물음에는 "LH의 공공개발을 못 하게 한 게 국민의 힘"이라고 응수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 순서에 이 지사는 한층 편안한 표정과 말투로 답변에 임했다.
이 지사는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민간 개발업자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설계한 것은 국민의힘"이라고 하자 "그렇다"고 맞장구치는가 하면, 문진석 의원이 "개발 초과 이익 환수조치를 하셨죠?"라고 묻자 "그래서 공산당, 건달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국감장은 이 지사의 답변 시간에 반발하는 야당 의원들과 같은 당 대선 후보를 옹호하려는 여당 의원들이 수시로 고성을 주고받으면서 긴장감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이 지사의)답변이 너무 길다", "(위원장은 회의를)공정하게 진행하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이에 민주당은 "질문했으면 답변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 "(항의할 시간에) 답변하고 끝날 시간"이라며 맞섰다.
감사반장인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 이 지사가 답변하는 중간에 불만을 표출하며 소리치자 "알만한 분이 왜 자꾸 답변하는데 끼어드냐"며 고함을 질러 분위기가 급속이 거칠어지기도 했다.
인형 꺼내 든 송석준 의원 |
뒤이어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양두구육'(羊頭狗肉·겉과 속이 다른 경우)을 뜻하는 양 탈을 쓴 불도그 인형을 들어 올리면서 장내 분위기는 아수라장이 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국감장을 코미디 장으로 만든다", "부끄러워 죽겠다"며 세게 항의한 뒤 국감장 밖으로 나갔고, 이 지사는 주변에 "저게(인형) 뭐냐"고 물은 뒤 "아∼양두구육?"이라며 "허허허" 웃었다.
여당의 요구로 국감은 15분가량 중단됐다가 송석준 의원이 소품 인형을 치우면서 재개됐다.
한편 국감이 시작되기에 앞서 도청 주변은 이른 아침부터 이 지사 지지 단체와 보수 단체의 맞불 집회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성남시의회 국민의힘 당원협의회와 대장동 원주민 30여명은 "너희는 수천억 배당, 나는 빚더미, 원주민은 호구였다"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치고 기습 단체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의 해산 요구를 받고 자진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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