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길목서 여야 주도권 다툼·李-尹 대권주자 대리전 양상
文정부 마지막 국감…정책·민생 국감은 뒷전
내년 3월 대선을 5개월 앞두고 열린 이번 국감은 여야의 대권 경쟁과 맞물려 대장동 및 고발사주 의혹 정국 한가운데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뜨거운 정치 공방 위주로 흘러갈 것이란 점은 어느 정도 예상됐다.
그러나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감이 국정에 대한 엄밀한 평가와 정책 대안 제시 없이 정쟁과 여야 주도권 싸움 일변도로 전개되면서 사실상 여야 대선 주자 간 대리전 양상으로 흘러갔다는 점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질의에 답변하는 이재명 경기지사 |
특히 국감 기간 중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승리한 이재명 후보가 연관된 대장동 의혹은 하루도 그냥 넘어간 일이 없다.
이날 12개 상임위에서 진행된 종합감사에서도 어김없이 대장동 문제로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앞서 이달 5일 첫 시작부터 대장동 의혹 탓에 국감 파행이 속출했다.
국회 국방위는 대장동 의혹 특검을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피켓 시위에 여당 의원들이 항의하면서 10시간여 대치가 이어지다 끝내 첫날 감사가 무산됐다.
'정치중립'이 강조되는 국방부에서 여야가 볼썽사나운 공방전을 펼쳐 국방 및 안보 정책을 검증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국방위 본연의 업무를 망각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획재정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도 손팻말 갈등에 오전 감사를 건너뛰어야 했다.
이후 대장동 관련 인사의 검찰 수사가 맞물린 법사위, 부동산·금융 현안 전반을 다루는 국토위와 정무위처럼 직접적으로 연관된 소관 상임위는 물론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상임위에서도 대장동은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었다.
이에 맞서 여당도 법사위 등에서 '고발사주' 의혹을 고리로 야권 유력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의혹 제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이라이트는 막판에 진행된 행안위·국토위의 경기도 국감이었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이재명 경기지사 |
이번 국감 막판에 열린 두 일정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고심 끝에 직접 참석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작 전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야당은 '결정적 한 방' 대신 '가짜 돈다발 사진' 등 헛발질만 사람들의 기억에 남겼다. 이 후보도 속 시원한 해명보다는 상대 당에 대한 정치 공세로 논점을 흐린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다.
야당은 이 후보가 초과 이익 환수 규정 관련 증언에서 위증했다며 검찰 고발을 예고하는 등 포스트 국감에도 공방을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매년 되풀이되는 '국감 무용론'도 또다시 불거지면서 상시 국감 도입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이번 국감에 대해 "야당은 정보력과 경험이 부족했고 여권은 똑같은 얘기를 되풀이하면서 의혹 해소가 안 됐다"면서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인 국감에 대한 섣부른 평가절하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ge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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