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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미국 중간선거 풍향계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민주당의 '트럼프 공포 마케팅' 먹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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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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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버니지아주 주도 리치먼드에서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민주당의 테리 매컬리프 후보(오른쪽)를 지지하는 유세를 하고 있다. 리치먼드|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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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니지아 주지사를 뽑는 선거가 일주일 남짓 앞으로 다가오면서 미국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취임 1년차가 끝나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1년 뒤에 다가올 중간선거의 풍향계 성격을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여전히 미국 정치에서 무시 못할 변수로 작용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아프가니스탄 철군 사태,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 물가상승 등을 계기로 지지율이 하락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미국 유권자들의 평가를 엿볼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 소속 랠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가 재선 도전을 포기한 상황에서 테리 매컬리프 민주당 후보(64)와 글렌 영킨 공화당 후보(55)가 맞붙었다. 2014~2018년 버지니아 주지사를 지낸 매컬리프는 이번이 재선 도전이다. 그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선 선대본부장, 민주당전국위원회(DNC) 의장, 힐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대선 선대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영킨은 다국적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에서 최고경영자(CEO)를 지냈고 이번이 첫 공직 선거 출마이다.

다음달 2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선거 판세는 안갯속이다. 파이브서티에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 등 정치분석 매체들이 집계한 여론조사 지지율 평균에선 매컬리프가 영킨을 각각 2.2%포인트, 1.8%포인트 앞서 있지만 지난주 발표된 몬머스대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이 46% 동률로 나오는 등 지지율 간격이 극도로 좁혀졌다.

미국 수도 워싱턴과 접해 있는 버지니아주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강세 지역이었지만 2008년 대선 이후 4번 연속 민주당이 승리했다. 직전 5번의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4번 이기는 등 최근 10여년 이상 민주당이 강세를 보였다. 지난 대선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버지니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10%포인트 이상 여유 있게 이겼다.

민주당은 이번 주지사 선거에서도 낙승을 기대했지만 판세가 초접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막판 긴장한 모양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3일 전격 지원유세에 나선 것도 이때문이다. 그는 버지니아주 여러 곳을 돌며 “이번 선거는 버지니아와 우리 나라가 앞으로 여러 세대 동안 나갈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면서 매컬리프 후보 지지와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이번주 매컬리프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영킨 후보와 공화당은 민주당의 ‘전국구 스타’를 앞세운 고공전에 대해 매컬리프 후보의 열세를 반영하고 있다면서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먼모스대 조사에서 공화당 성향 유권자의 49%가 적극 투표 의향을 나타낸 반면 민주당 성향 유권자는 26%만 적극 투표 의향을 나타냈다.

지난해 대선 이후 1년 만에 열리는 이번 선거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간접 선거로 느껴질 정도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철저하게 ‘트럼프 공포’ 마케팅으로 일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영킨을 공식 지지했고 영킨도 이를 환영한 점을 들어 ‘영킨=트럼프’ 프레임을 동원했다.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을 겨냥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과격한 정치와 그로 인한 혼란을 회상시키려 노력한 것이다. 반면 영킨 후보 측은 아프가니스탄 철군 사태,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값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 바이든 대통령의 아픈 구석을 찌르고 있다. 두 후보는 감세, 낙태, 총기규제 등 민주당과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대립해온 정책 외에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등 방역 대책, ‘비판적 인종 이론’ 교육 문제 등 최근 불거진 이슈에서도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번 선거는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1년 앞으로 다가온 미국 중간선거의 풍향계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미국에서 중간선거는 전통적으로 현직 대통령과 집권당에게 불리한 구도다. 민주당은 연방 상·하원을 장악하고는 있지만 하원은 근소한 우위이며, 상원은 동석이다.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지켜야 하는 민주당으로선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승리하더라도 본전치기이지만 패배한다면 중간선거 전망에 빨간불이 들어온다. 공화당은 버지지아 주지사 선거 승리라는 ‘대어’를 낚는다면 내년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탈환하기 위한 중요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트럼프 변수가 얼마나 작용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워싱턴포스트는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는 정치적 동원을 자극하는 요인으로서 트럼프 공포 요인을 시험할 수 있는 계기”라면서 민주당이 채택한 트럼프 공포 마케팅의 성패 여부가 내년 중간선거 선거 캠페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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