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4 (화)

[사설] '포스트 이건희' 1년…아직 사법리스크에 빠져있는 삼성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는 세계 5위로 평가받는다.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을 제외하고 미국 외 기업 중에선 1등이다. 해외로 나간 한국인들은 그 이름과 상표만 봐도 자부심을 갖게 된다. 25일은 그런 한국 대표 기업을 이끌던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1주기다. 그가 2014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사실을 감안하면 그룹 회장의 부재는 벌써 7년 이상이다. 그런데도 아직 '뉴삼성'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고 기업 경영의 리더십이 자리 잡히지 않고 있으니 걱정이다.

삼성 회장은 1년째 공석이다. 지난 1년 동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미래 비전과 먹거리를 만드는 데 열정을 쏟아왔는가. 그렇게 볼 수 없다. 국정농단 재판에 불려다녔고 207일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그러고도 아직 사법 리스크는 끝나지 않았다. 가석방 상태인 이 부회장은 지금도 해외 출장 등 경영 활동에 여러 가지 제약을 받고 있다.

세계는 반도체 기술·투자 전쟁 중이다. 이 급박한 시기에 삼성전자는 사법 리스크에 휘둘리느라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대형 인수·합병(M&A)은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올해 5월에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 파운드리 공장 증설에 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이 계획도 아직 구체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래서야 국가 미래까지 걱정이지 않은가. 삼성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걱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은 기술 개발·마케팅 전쟁에서 패배하는 즉시 벼랑으로 떨어진다. 봄에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수확할 수 없듯 필요한 시기에 연구·투자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삼성이 겪고 있는 사법 리스크는 기본적으로 경영진의 잘못이 크다. 그렇지만 과도하게 높은 상속세율과 불분명한 회계 규정 등 제도적 이유도 없지 않다. 삼성은 미래 비전 설계에 모든 열정과 통찰력을 집중해야 한다. 삼성 스스로도 리더십을 다잡아 글로벌 무대에서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 역시 신속하게 사법절차를 매듭짓고 나아가 필요하다면 기업을 옥죄는 제도 개선도 미루지 말아야 할 것이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