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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유엔가입 50주년 자축한 시진핑…바이든은 "대만도 참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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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A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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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유엔 참여 문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정면충돌했다. 미 국무부가 지난 22일 대만과 고위급 영상 포럼을 한 뒤 대만의 유엔 참여 확대를 지지하고 나서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올해 말 영상으로 이뤄질 미·중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만 문제가 양국 관계를 뒤흔들 핵심 변수로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시 주석은 25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유엔 합법지위 회복 50주년 기념회의'에 참석해 "50년 전 오늘(1971년 10월 25일) 유엔에서 합법적인 중국의 대표는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란 것을 인정한 결의 2758호를 통과시킨 것은 중국 인민의 승리이자 세계 만국 인민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중국의 유엔 가입은) 전 세계 인구 4분의 1인 중국 인민이 유엔 무대에 돌아온 것을 의미했다"며 "중국과 세계에 중대하고 깊은 의미를 지닌 일"이라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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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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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대만을 국제사회 일원으로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시 주석은 최근 오커스 등 소규모 안보 동맹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해 "다자주의를 통한 인류운명공동체를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의 조류에 순응하는 자는 번영하고,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는 의미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모든 형태의 패권주의와 권력정치를 단호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국제 규칙은 유엔 193개 회원국만이 공식화할 수 있으며 개별 국가 또는 소규모 국가 그룹이 결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국가와 동맹을 맺어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시 주석이 중국 유엔 가입 50주년을 맞아 다시 한 번 '하나의 중국' 원칙을 천명하고 나선 것은 최근 미국이 대만 문제에 대해 선을 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는 22일 대만 주재 미국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 미국 주재 대만대사관 격인 대만경제문화대표부(TECRO)와 함께 영상 포럼을 열고 대만이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 참여를 확대하는 데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중국의 유엔 가입 50주년 기념행사와 맞물려 대만의 위상을 높이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는 휴고 욘 미 국무부 국제기구 부차관보 대행, 릭 워터스 미 국무부 중국·대만·몽골 담당 부차관보, 릴리 수 대만 외무부 사무국장, 왕량위 제네바 대만대표부 부대사 등이 참여했다. 이번 토론은 대만이 유엔에 의미 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 글로벌 공공의료, 환경과 기후변화, 개발도상국 원조, 기술표준, 경제협력 등 전 세계의 도전 과제에 대만이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특히 미 국무부는 세계보건기구와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대만의 참여를 지지한다고 거듭 약속했다. 대만 외무부는 이 같은 미국의 굳건한 지지에 감사를 표했다.

대만은 세계보건기구의 세계보건총회 연례회의에도 2009∼2016년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해왔지만 차이잉원 총통이 당선된 이후 중국의 반발로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대만은 세계보건기구와의 협력 대상에서 배제됐다. 미국은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에 대만의 세계보건총회 참가를 공식 요청했지만 이때도 중국이 반대하며 무산됐다.

특히 미국은 그동안 유지해왔던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대만과의 밀착도를 높여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CNN 타운홀 미팅에서 '만일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미국이 방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는 방어하기로 약속을 했다"고 답변했다. 대만에 군사적으로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미군 개입을 고려하겠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대만 관계법'에 따라 대만에 무기 수출을 허용함으로써 자력 방위를 돕고 유사시 대만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근거를 두고 있으나, 대만에 대한 군사 개입과 관련해선 그동안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며 '전략적 모호성'을 취해왔지만 최근 들어 군사 개입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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