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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머스크는 주가도 필체도 '우상향'…부자들은 '쓰는 법'부터 남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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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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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글자 첫 자음 미음(ㅁ)을 쓸 때 유난히 힘을 줬다. 모서리를 꽉 닫아 물 샐 틈이 없다. 최근 '부자의 글씨'를 출간한 필적 전문가 구본진 변호사(56)는 굳게 닫은 미음 자나 한자 입 구(口) 자가 전형적인 슈퍼리치의 필체라고 강조한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고 구인회 LG그룹 공동창업자도 이런 특징을 보였다.

그중에서도 정 명예회장 글씨를 최고로 치는 구 변호사는 "꾹꾹 눌러 닫은 미음 자는 절약과 빈틈없는 완성도를 의미한다. 동시에 오른쪽 윗부분은 모가 나지 않는데, 틀에 박히지 않아 혁신적 사고가 가능함을 동시에 말해준다. 오늘날 태어나셨다면 더 큰 부자가 되셨을 필체"라고 설명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 외국 슈퍼리치들은 세로선이 강하게 우상향하는 필체를 보인다. 베이조스 글씨는 전체적으로 우상향한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도 생전에 이름의 마지막 알파벳 's'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비틀어서 45도로 올렸다. 우상향 필체는 성공 지향적 삶과 목표에 대한 강한 야망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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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들은 글씨부터 남달랐다. 왼쪽부터 아마존 창립자이자 자산 227조원을 보유한 제프 베이조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자산 238조원으로 세계 최고 부자 자리에 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필적. [사진 제공 =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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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글씨엔 우상향 세로선은 없지만 서명의 알파벳 'g'를 유난히 길게 썼다. 구 변호사는 이를 "돈주머니"로 해석한다. "머스크 서명을 보면 그가 비범한 인물임을 알게 돼요. 봉우리가 커 열망이 있음을 드러내죠. 저커버그 필체는 부드러운데 이는 개방적인 사고를 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슈퍼리치 글씨의 또 다른 특징은 긴 가로선이다. 미국 석유왕 존 D 록펠러는 알파벳 't'의 가로선을 알파벳 네다섯 글자의 머리를 덮을 만큼 수평으로 길게 그었다. 구 변호사는 긴 가로선을 "목적을 이루기까지 인내하는 부자 마음의 증거"라고 본다.

슈퍼리치 35명의 필체를 분석해 책으로 출간한 그는 "손글씨는 무의식의 반영"이라며 "글씨체를 지배하면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필체 변화가 삶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 필체를 바꾸면 누구든 부자가 될 수 있을까. 그는 "적어도, 스스로가 원하는 인간상에 가 닿는 계기는 된다고 확신한다"며 "공모전 나갈 일도 없는 조선의 선비들이 왜 먹을 갈아 선을 그었겠나. 중요한 건 과정"이라고 답했다.

구 변호사는 성공한 인물의 필적을 종합해 하나의 글씨체를 창조할 계획이다. 습자 교과서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글씨는 수양이고, 자기를 반영한다"며 "필체가 변화하다 보면 누구나 원하는 자아(自我)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 변호사가 필적에 관심을 둔 시기는 그가 강력부 검사 시절 때였다. 21년간 검사로 재직하며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장까지 역임했다. 그는 연쇄살인범들 글씨에서 묘한 공통점을 발견했다. 필압이 강했고, 선(線)이 선을 침범했다. 후일 독립운동가와 친일파의 글씨가 상반됨을 발견한 뒤로는 필적 전문 컬렉터로도 임했다. 저서 '부자의 글씨'는 항일선열 필적에 대한 관심의 외연을 '슈퍼리치'로 확대한 결과물이다.

구 변호사는 만해 한용운 등 독립운동가들의 필적을 수집했다. 처음 모은 독립운동가 필적은 곽종석 선생(1846~1919)의 것이었다. 파리 만국평화회의에 독립호소문을 보내 옥고를 치른 인물이다. 항일지사 글씨는 느리고 작지만 모서리 각이 선명한데 친일파 글씨는 크고 빨랐다. 필선을 닮은 삶을 걸어간 인물을 경외의 눈으로 바라보며, 그는 평생 글씨를 탐구하기로 했다. "당시 '시가로 3만원쯤 한다'며 곽 선생님 글씨를 받았어요. 값을 떠나 의미가 깊었죠. 850여 명의 친필 1000여 점을 모았는데 후일 기증하려고 모은 거예요."

영미권에서 작품은 '상품'이다. 작가와 별개로 이해된다. 하지만 유럽권은 '작가의 인격이 작품에 투영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프랑스·독일은 작가 인격이 작품에 드러난다고 봐요. 동양 사고관과 비슷합니다. 글씨는 사람 성품을 거울처럼 보여주죠."

[김유태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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