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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사설] 성남도개공 사장을 무리수까지 두며 사퇴시킨 이유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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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인 화천대유가 설립된 날에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개공) 사장이 축출됐음을 보여주는 녹취록이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4차례에 걸쳐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까지 언급된 만큼 수사기관이 서둘러 진상 파악에 나서야 할 필요성은 더 커졌다. 유한기 성남도개공 개발본부장이 황무성 사장에게 사퇴를 압박한 2015년 2월 6일 녹취록은 충격적이다. 사퇴 독촉을 받던 황 사장이 "당신에게 (사표 제출 압박을)떠다미는 거냐"고 묻자 유씨는 "정도 그렇고 유도 그렇고 양쪽 다 했다"고 말했다. '정'은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으로 이재명 후보 측근인 정진상, '유'는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이다. 황 사장이 "시장 허락을 받아오라고 그래"라며 사표 제출을 거부하자 "아이 참, 시장님 명을 받아서 한 거 아닙니까"라고 했다. 이 시장 지시라는 걸 명확히 한 셈이다. 지방공기업법은 법 위반·경영 부진 등 명백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공사 사장을 해임할 수 있도록 해 임기를 보장해주고 있다. 당시 황 사장은 직무평가 점수가 높아 해임 사유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사표 제출을 강요했다면 직권남용이다. 법적 처벌 대상이다. 이런 중차대한 일을 사장 임면권자인 시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측근 실무진이 독자적으로 처리했다고 보는 건 비상식적이다.

대장동 수익배분 방식을 놓고 유동규와 대립했던 황 사장이 사표를 낸 시점도 묘하다. 압박에 밀려 황 사장이 내주에 사직서를 내겠다고 물러섰지만 유씨는 "오늘 아니면 사장님이나 저나 박살납니다"라며 사표 제출을 강권했고, 결국 그날 밤늦게 사표를 받아냈다. 그런데 이날이 공교롭게도 화천대유 설립일이었다. 유동규가 사장 직무대리를 맡은 뒤 대장동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화천대유 소유주 등 개인 7명은 돈벼락을 맞았다.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은가. 왜 임기가 1년7개월이나 남은 황 사장이 갑자기 쫓겨났는지, 이를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는 누구인지, 왜 꼭 그날 사표를 받아야만 했는지 등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식으로 발뺌하고 넘어갈 일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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