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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사설] 1주택 중산층에도 불똥튀는 상속세, 현실에 맞게 과표기준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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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가 중산층에게 부담을 주는 세금으로 변질되고 있다. 상속세는 부유세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매일경제가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에 의뢰해 조사해 보니 서울 시내 아파트의 40%가 상속세 과세 대상이다. 2025년이면 그 비중이 60%로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각종 공제 혜택을 감안해도 통상 자녀에게 10억원 이상 물려주면 상속세를 내게 된다. 그런데 아파트 10채 중 6채가 시가 10억원을 초과해 아파트 1채만 갖고 있는 중산층까지도 상속세를 내게 된다는 것이다. 현행 상속세법은 22년 된 낡은 법이다. 공제 규모와 과세표준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기초공제 2억원, 일괄공제 5억원, 배우자 상속공제 최대 30억원은 1998년 외환위기 이전 수준이다.

2000년 이후 1인당 소득은 2.7배가 됐는데 과표 기준은 변함이 없다. 자동적으로 증세가 이뤄졌다. 상속세 납부 대상자가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7.4배로 늘어났다. 정부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공제 한도와 과표 기준을 높여야 한다. 예를 들어 상속세율 10%가 적용되는 과표를 현행 '1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높일 수 있다. 부유층을 겨냥했던 상속세가 중산층을 괴롭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증여세 과표도 높여야 한다. 증여세 공제 한도는 10년간 5000만원인데 너무 적다. 증여세를 내지 않고는 자녀의 교육·결혼에 도움을 주기 어려울 정도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증여 한도가 1170만달러(약 138억원)다. 독일도 웬만한 주택 증여는 비과세다. 부가 젊은 세대로 이전돼 생산적 활동에 쓰이고 있다.

정부는 상속세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사망자의 전체 재산이 아니라 각자 상속받는 금액을 기준으로 세율을 정하는 방식이다. 과표 기준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15개국은 아예 상속세가 없다. 4개국은 직계비속 상속에는 과세하지 않는다. 한국만 유독 최고 60%의 높은 세율을 물릴 이유가 없다. 상속·증여세를 획기적으로 개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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