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 모를 두통, 이명 증상, ‘에너지 공격’을 원인으로 규정
“의심 증상 정밀 검사하고도 의회에 숨겨”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0일(현지 시각)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인근 카탐 공군기지에 도착,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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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쿠바 수도 아바나에 근무 중인 미국 외교관들에게서 처음 발견됐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쿠바 괴질이라고도 불린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만 200명이 넘는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5일(현지 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상반기 미 국무부는 해외 근무하다가 아바나 증후군을 호소한 2명에 대해 정밀 검사를 실시했다며 그 중 한 명이 당시 받았던 검사 용지 사진을 공개했다. 이 용지엔 아바나 증후군의 원인으로 ‘지향성 에너지(directed-energy) 노출’이라고 명시했다. 지향성 에너지는 전자기파 또는 입자 빔을 한 곳에 집중시켜 고출력을 생성하는 기술이다. 지향성 에너지 무기(DEW)는 이 에너지를 표적에 발사함으로써 표적을 파괴 혹은 무력화시킬 수 있는 무기로, 미래의 무기 체계로 분류된다.
이는 미 국무부가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는 의문의 증상이 특정 세력의 ‘공격’에 따른 것으로 규정한 것이다.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 CIA(중앙정보국) 등 17개 미 정보기관은 러시아 첩보 조직인 정찰총국(GRU)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합동 조사를 벌이고 있다. CIA도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라덴을 쫓았던 베테랑 요원을 내부 태스크포스(TF) 수장에 앉히고,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이 이 사안과 관련해 매일 브리핑을 받는 등 조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는 5~6년 전부터 극초단파로 사람의 뇌를 노린 무기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초단파의 주파수는 매우 촘촘해 철제와 콘크리트도 뚫을 수 있다. 또 극초단파는 사람의 귀를 거치지 않고 바로 측두엽에 전달돼 뇌 신경을 손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미 정보 당국은 직접적인 증거를 입수하지 못한 상황이다. 러시아 정부도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인 마크 렌지는 당시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보안 엔지니어로 근무 중 해당 증상을 호소했지만 6개월이 지난 뒤에야 이 검사를 받게 됐다. 이후 ‘지향성 에너지’의 표적이 된 것으로 판정받고 광저우를 떠날 수 있었다. 그는 “검사를 받은 뒤에도 국무부가 이 문제와 관련해 의회 및 관계기관과 접촉을 막았다”며 “다른 피해자의 사례를 숨기고 의회에 정보를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의회는 2021년 상반기 까지 국무부의 ‘지향성 에너지 노출’ 검사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다고 한다.
렌지씨는 자신이 이 문제를 의회에 알리려고 하자 국무부가 보복했다고도 주장했다. 렌지씨가 아바나 증후군과 관련된 치료 및 의학 연구에 참여하기 위해 신청했던 휴가가 아무런 설명없이 취소되는 등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이 보복 의혹에 대해선 미 특별조사국(OSC)이 조사를 진행 중이다.
폴리티코는 “(이번 폭로는) 렌지씨와 같은 아바나 증후군 피해자들이 지난 3개 행정부에 걸쳐 늘어왔음에도 정부의 늑장 대응 및 일관성없는 반응에 대한 불만이 커진 데 따른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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