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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아바나 증후군은 극초단파 공격” 美, 3년전 원인 알고도 숨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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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모를 두통, 이명 증상, ‘에너지 공격’을 원인으로 규정

“의심 증상 정밀 검사하고도 의회에 숨겨”

미(美) 국무부가 최근 전 세계에서 미 정보요원 및 외교관들을 위협하고 있는 이른바 ‘아바나 증후군’의 원인 요소로 ‘고주파 에너지 공격’을 3년전 지목하고도 이를 외부로부터 숨겨왔다는 피해자 폭로가 나왔다. 아바나 증후군이란 원인 모를 두통, 이명(耳鳴), 어지러움 등을 동반하는 증세다.

조선일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0일(현지 시각)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인근 카탐 공군기지에 도착,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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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쿠바 수도 아바나에 근무 중인 미국 외교관들에게서 처음 발견됐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쿠바 괴질이라고도 불린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자만 200명이 넘는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25일(현지 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상반기 미 국무부는 해외 근무하다가 아바나 증후군을 호소한 2명에 대해 정밀 검사를 실시했다며 그 중 한 명이 당시 받았던 검사 용지 사진을 공개했다. 이 용지엔 아바나 증후군의 원인으로 ‘지향성 에너지(directed-energy) 노출’이라고 명시했다. 지향성 에너지는 전자기파 또는 입자 빔을 한 곳에 집중시켜 고출력을 생성하는 기술이다. 지향성 에너지 무기(DEW)는 이 에너지를 표적에 발사함으로써 표적을 파괴 혹은 무력화시킬 수 있는 무기로, 미래의 무기 체계로 분류된다.

이는 미 국무부가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는 의문의 증상이 특정 세력의 ‘공격’에 따른 것으로 규정한 것이다.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 CIA(중앙정보국) 등 17개 미 정보기관은 러시아 첩보 조직인 정찰총국(GRU)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합동 조사를 벌이고 있다. CIA도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라덴을 쫓았던 베테랑 요원을 내부 태스크포스(TF) 수장에 앉히고,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이 이 사안과 관련해 매일 브리핑을 받는 등 조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는 5~6년 전부터 극초단파로 사람의 뇌를 노린 무기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초단파의 주파수는 매우 촘촘해 철제와 콘크리트도 뚫을 수 있다. 또 극초단파는 사람의 귀를 거치지 않고 바로 측두엽에 전달돼 뇌 신경을 손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미 정보 당국은 직접적인 증거를 입수하지 못한 상황이다. 러시아 정부도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인 마크 렌지는 당시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보안 엔지니어로 근무 중 해당 증상을 호소했지만 6개월이 지난 뒤에야 이 검사를 받게 됐다. 이후 ‘지향성 에너지’의 표적이 된 것으로 판정받고 광저우를 떠날 수 있었다. 그는 “검사를 받은 뒤에도 국무부가 이 문제와 관련해 의회 및 관계기관과 접촉을 막았다”며 “다른 피해자의 사례를 숨기고 의회에 정보를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의회는 2021년 상반기 까지 국무부의 ‘지향성 에너지 노출’ 검사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다고 한다.

렌지씨는 자신이 이 문제를 의회에 알리려고 하자 국무부가 보복했다고도 주장했다. 렌지씨가 아바나 증후군과 관련된 치료 및 의학 연구에 참여하기 위해 신청했던 휴가가 아무런 설명없이 취소되는 등 압력을 가했다는 것이다. 이 보복 의혹에 대해선 미 특별조사국(OSC)이 조사를 진행 중이다.

폴리티코는 “(이번 폭로는) 렌지씨와 같은 아바나 증후군 피해자들이 지난 3개 행정부에 걸쳐 늘어왔음에도 정부의 늑장 대응 및 일관성없는 반응에 대한 불만이 커진 데 따른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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