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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투자노트] 하룻밤 새 13% 오른 ‘천슬라’… 이제라도 올라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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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멘’을 외치던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들의 승리다. 테멘이란 테슬라와 ‘아멘’을 합친 신조어로, 지난해 지속된 테슬라 주가의 급등 속에서 투자자들이 외치던 일종의 구호다. 테슬라 주식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 현상을 ‘테슬람(테슬라+이슬람)’이라는 웃지 못할 수식어로 표현하기도 했다.

조선비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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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주가는 올 5월부터 500~600달러선 박스권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더니 7월 중 700달러선에 안착했고, 이달 들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결국 25일(현지 시각)에는 하루 만에 12.7% 급등하며 1024.86달러로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1조100억달러(약 1183조원)로, 삼성전자의 2.8배에 달한다.

여러 호재가 있지만, 이날 밤 결정적으로 테슬라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파산했던 렌터카 업체 허츠(Hertz)가 전한 깜짝 소식이었다. 지난해 5월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으로 파산보호에 들어갔던 허츠는 얼마 전 서비스하는 모든 렌터카를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그 첫 단계로 테슬라 차량 10만대의 구매를 결정한 것이다.

허츠가 테슬라를 사들이며 지불하기로 한 값은 42억달러(약 5조원)로, 이는 전기차 역사상 가장 큰 단일 구매액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렌트카 업체는 보통 자동차 업체에 큰 할인을 요구하지만, 이번 주문 금액을 통해 허츠가 정가에 가까운 값을 지불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보도했다.

테슬라 주주들을 웃게 한 호재는 그뿐이 아니다. 회사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3분기 실적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16억2000만달러(약 2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5배를 기록했으며, 매출액은 137억6000만달러(약 16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57% 늘었다. 주당순이익(EPS)은 1.86달러로, 블룸버그에서 집계한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 1.67달러를 11.4% 웃돌았다. 전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반도체 공급 대란마저도 테슬라는 비켜가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 성장주가 부진하다는 공식은 이미 낡은 것이 돼가는 듯하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이달 초 저점 대비 7% 가까이 오른 상태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지난달 말과 비교해 약 13%나 올랐지만, 테슬라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성장주는 오히려 연일 상승하고 있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기업 부담이 커지며, 미래 성장 가능성이 주가를 견인하는 성장주는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공식이 있다.

테슬라는 특히 막강한 시장 지배력을 무기로 기술 성장주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전기차 4개 모델의 가격을 전격 인상한 것 역시 시장 지배력에 대한 강한 믿음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테슬라는 24일(현지 시각) ‘모델3′와 ‘모델Y’ 가격을 각각 4만3990달러, 5만6990달러로 올렸다. 기존 가격에 비해 2000달러 높다. 상위 모델인 ‘모델S’와 ‘모델X’는 5000달러 올려 9만4990달러, 10만4990달러의 판매가를 제시했다.

주가가 1000달러를 넘은 현재 테슬라에 투자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일까. 전문가들은 3분기 테슬라 마진이 늘어난 데 주목하며, 이 같은 흐름이 앞으로도 지속될 지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올 3분기 테슬라의 매출총이익(매출액에서 제조 원가를 제외한 값)은 전년 동기 대비 74% 급증했다. 마진율은 30%를 넘었는데, 이는 올해 상반기(26~28%대)와 비교해 높아진 수치다.

이 같은 마진 상승에는 원가가 낮은 중국 공장이 큰 영향을 미쳤다. 테슬라는 2019년 말부터 상하이 공장을 운영 중인데, 연간 생산 능력이 45만대에 달한다. 이는 테슬라의 전체 생산량 중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는 상하이 공장의 생산 능력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테슬라가 향후 고급 모델인 ‘모델S’와 ‘모델X’의 비중을 얼마나 높여가느냐도 관건이다. 상위 모델 판매가 늘면 자연스럽게 마진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 이 같은 고마진 사업 구조는 반도체 대란의 악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다. 바꿔 말해, 반도체 공급난이 지속되면 테슬라 같은 고부가가치 업체들의 상대적 투자 매력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투자자 그룹 트레피스는 “반도체 회사들은 고부가가치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에 공급을 우선시할 것”이라며 “마진이 높은 애플이 반도체 칩을 더 수월하게 공급받고 있듯, 프리미엄 차량에 중점을 둔 테슬라 역시 반도체 확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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