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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협동조합은 몰라도 열정은 만랩, 발달장애가족 협동조합을 만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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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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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가족이 즐겁고 편안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행복하게 협동조합의 꿈이다. ⓒ김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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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특별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상상치도 못한 방향으로 내 인생이 흘러가는 경우가 많다. 제주도로 이주한 것부터, 그림책을 출판하게 되질 않나, 장애이해교육 강사까지 하게 됐다. 그래도 여기까진 발달장애 아이를 둔 부모의 삶이라는 큰 줄기에서 어느 정도는 예측 가능한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엔 스케일이 다르다. 내가 창업을 하게 되다니! 내 인생에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사업이라는 영역에 발을 담그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협동조합 이사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시작은 단순했다. 북촌 돌하르방미술관에서 '흙자파리’를 하던 발달장애 가족이 덜컥 제주문화예술재단 꿈다락토요문화학교 공모사업에 지원하게 됐다. 발달장애 가족도 편안하게 문화예술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그 취지가 공감을 얻었던 모양이다. 문화예술교육 경험은 전무했지만, 의욕과 열정만은 만랩이었던 흙자파리 가족은 공모사업을 따냈다.

그렇게 지난해와 올해 2년간 돌하르방미술관에서 꿈다락토요문화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기수마다 8가족, 30여 명이 참여해 10주간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 수업을 한다. 맨발로 곶자왈 숲을 걷고, 숲 놀이, 미술놀이를 한다. 여유롭게 미술관 숲에 매어둔 해먹에 눕기도 하고, 나무에 매어둔 그네도 타고, 다람쥐밧줄 놀이터에서 다람쥐처럼 뛰어다닌다. 어딜 가기라도 하면 왠지 주눅이 들어 고개 들기 어려웠던 우리 발달장애 부모들의 얼굴에도 편안한 웃음이 퍼진다. 아이들은 이 공간에서 자유롭고 부모는 편안하다.

◇ 발달장애 부모들의 평등하고 민주적인 조직, 협동조합이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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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게 협동조합 창립프로젝트 2탄 가을밤 행복한 별빛영화제. ⓒ김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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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다락토요문화학교를 운영하다 보니, 조금 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다른 프로그램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만의 단체를 만들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자연스럽게 협동조합이라는 조직체를 떠올렸다. 발달장애 부모가 주체가 되는 평등하고 민주적인 조직. 무엇보다 5인만 모이면 다른 어떤 경제조직보다 만들기도 간단하다고 한다. 하지만 어떻게 협동조합이라는 것을 만드는 건지, 사업이라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계산기 없이는 산수도 못 하는 우리가 과연 사업을 할 수 있을까? (웃음)

주변의 조언으로 우리 팀은 제주도에서 진행하는 「2021 여성공동체창업인큐베이팅 지원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16회의 창업교육과 협동조합 설립 교육 및 컨설팅, 그리고 지원금 15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인화로사회적협동조합에서 교육 컨설팅을 맡고 있다.

우리처럼 뜻은 있지만, 창업 방법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프로그램이었다. 총 11개 팀이 4월부터 16차에 걸쳐 교육을 받았다. 협동조합 일반부터 마케팅, 영업, 브랜딩, 비즈니스 전략, 사업계획서 작성방법 등 수업 커리큘럼은 이론과 실기로 구성됐다. 신기하게도 수업을 들을수록 협동조합의 사업모델이 구체화 되기는커녕,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이 과연 사업이 될까, 라는 의구심만 가득한 채 수업은 하반기로 달려가고 있었다. 앞선 기수들의 성공담을 들으며 우리는 한참이나 모자란 것이 아닐까 걱정스럽기만 했다. 그때마다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 우리가 하려는 일은 거창한 사업은 아니다, 대단한 성공도 바라지 않는다. 발달장애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을 할 수 있는 작은 단체를 만들기만 하면 된다!’ 협동조합 설립 그 자체를 목표로 애써 마음속의 부담을 내려놓으려 노력했다.

여성공동체창업인큐베이팅 지원사업과 별도로 우리팀은 발달장애가족 협동조합 설립에 많은 노하우와 신뢰가 깊은 꿈고래부모협동조합의 도움을 함께 받았다. 꿈고래부모협동조합은 경기도 화성에서 만들어진 발달장애 가족 협동조합의 조상과도 같은 곳인데, 「청년 등 협동조합 창업지원사업」의 지원기관으로 전국의 발달장애 관련 협동조합 설립에 특화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꿈고래부모협동조합의 창업교육은 일반적인 창업교육과는 달랐다. 몬드라곤팀아카데미(MTA) 의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왜 협동조합을 하려는가인 'Why’부터 시작해 팀원 개인의 발견과 팀 역량강화에 공을 들이는프로그램이었다. 덕분에 초반 조합원 5인의 조금씩 다른 목표와 기대를 하나로 모아갈 수 있었고, 무엇보다 멘토님들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피드백에 우리가 하려는 일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창업인큐베이팅 지원사업 수업이 후반기로 가면서 본격으로 협동조합 설립을 위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는 시간이 왔다. 1500만 원의 지원금은 아무에게나 주는 것이 아니었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심사위원들 앞에서 발표하고, 심사에 통과해야만 얻을 수 있는 보상. 하긴 사업이 장난도 아니고, 1500만 원이 적은 돈도 아니니 당연한 일이다.

◇ 발달장애 가족도 행복하게! 행복하게 협동조합으로 이름을 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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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 끝에 늘 이야기하는 ‘발달장애 가족도 행복하게 일상을 살자’는 모토를 담아 ‘발달장애가족 문화기획단 행복하게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김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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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계획서를 마무리하니 이제야 협동조합이라는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4월부터 시작한 창업교육과 사업계획서 작성을 마무리하니 벌써 8월이 다 지났다. 큰 산을 넘은 것 같았다. 하지만, 협동조합 설립이라는 산의 정상은 아직 정복하지 못했다. 그 마지막 구간이 그토록 가파르고 힘들줄은 그땐 몰랐다. (협동조합 설립과 그 이후의 이야기는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칼럼니스트 김덕화는 제주에서 발달장애 아들을 키우는 엄마입니다. 발달장애 가족도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발달장애 가족들이 모여 '행복하게 협동조합'을 만들고, 대표 일꾼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장애이해교육강사, 발달장애그림책 「우리 아이를 소개합니다」에 공동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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