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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NYT, 24년 만의 김학순 할머니 부고···“일본이 부인한 역사에 힘 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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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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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가 25일(현지시간) 여성인권 운동가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를 처음 세상에 알린 고 김학순 할머니의 부고 기사를 실었다. 뉴욕타임스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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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문제를 처음 세상에 알린 고(故) 김학순 할머니의 부고 기사를 실었다. 김 할머니가 1997년 12월 폐 질환으로 세상을 떠난 지 24년 만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재조명한 것이다.

NYT는 25일(현지시간) 부고면의 ‘간과된 인물들’ 시리즈에서 ‘위안부의 침묵을 깨뜨린 김학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김 할머니의 삶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간과된 인물들’은 그동안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 인물의 삶을 늦게나마 재조명하자는 취지의 코너다. NYT는 이 코너에서 지난 2018년 3월 유관순 열사를 추모한 바 있다.

NYT는 “1991년 8월14일 허름한 집에서 홀로 살던 한 여성이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이름이 김학순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겨우 17세이던 자신이 중국의 이른바 위안소로 끌려갔고, 매일 여러 일본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소름 끼치게 자세한 증언을 내놨다”는 말로 기사를 시작했다.

NYT는 성폭력 피해자라면 수치심에 침묵을 지키는 게 일반적이던 당시 한국 문화에서 김 할머니의 용기는 세계 각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추가 증언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그런 일이 없었다고 말하지만, 내가 바로 살아있는 증거”라던 김 할머니의 증언을 전하면서 “그의 강력한 설명은 일본의 많은 정치 지도자들이 수십년간 부인해오던 역사에 생생한 힘을 실어줬다”고 평가했다.

1998년 보고서에서 일본군 위안소 운영을 반인류 범죄로 규정한 게이 맥두걸 전 유엔 특별보고관이 최근 한 콘퍼런스에서 “내가 보고서에 쓴 어떤 것도 김 할머니의 30년 전 직접 증언이 미친 영향력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고 말한 대목도 실었다.

한·일 관계 전문가인 역사학자 알렉시스 더든 미 코네티컷대 교수는 NYT 인터뷰에서 “김 할머니는 20세기의 가장 용감한 인물 중 하나”라며 역사학자들은 김 할머니의 기자회견 덕분에 위안부 문제에 관한 연구를 본격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NYT는 2018년 한국이 김 할머니가 처음 회견한 8월14일을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로 정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1930년대부터 태평양 전쟁이 끝날 때까지 여성 20만명을 일본군이 운영하는 ‘강간 센터(위안소)’로 강제로 보내거나 유인했고, 이는 국가가 후원하는 성노예의 역사상 가장 큰 사례 중 하나였다”고 비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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