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구(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라몬 로페즈 필리핀 통상산업부 장관과 화상으로 열린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선언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이 최종 타결됐다. 2019년 6월 협상을 개시한 지 약 2년 만이다. 우리나라의 대(對)필리핀 수출에서 자동차와 부품 등에 부과됐던 관세가 철폐되면서 가격 경쟁력도 한층 더 개선될 전망이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라몬 로페즈 필리핀 통상산업부 장관은 이날 온라인 화상회의로 열린 ‘한-필리핀 FTA 타결 선언식’에서 타결을 선언하고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양국은 2019년 4월 수교 70주년을 맞이해 포괄적 경제 파트너십 구축 차원에서 한-필리핀 양자 FTA 추진을 합의했다.

이번 FTA 타결로 한국은 최종적으로 전체 품목 중 94.8%를, 필리핀은 96.5%를 개방한다. 양국은 한·아세안 FTA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통해 FTA 효과를 어느 정도 누려왔지만, 이번 양자 FTA로 양국 간에 더 높은 수준에서 시장 개방이 이뤄지게 됐다. 한-아세안 FTA와 RCEP를 통해 필리핀은 전체 품목의 89.2%, 수입액의 92.7%만 관세를 철폐했는데 이번 FTA에선 전체 품목의 7.3%포인트, 수입액의 4.9%포인트를 추가 개방했다.

양국의 이번 FTA 타결로 우리나라 주요 품목의 수출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다. 화물차·승용차(관세 5%) 관세는 즉시 철폐되고, 친환경차(5%)의 경우엔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자동차 부품(3~30%)도 5년 내 관세 철폐, 플라스틱 제품(5%), 문구류(5%) 15년 내 관세 철폐 등 중소기업 생산 품목의 수출 확대 기반도 마련했다.

또한 인삼(5%)·고추(5%)·배(7%)·고등어(5%) 등의 15년 관세 철폐로 우리 주요 농·수산물의 수출 기반도 조성했다. 다만 필리핀 측의 바나나 시장 개방 요구에 대응해 바나나 수입이 급증하지 않도록 농산물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적용을 확보했다.

양국은 이번 FTA에서 경제기술협력 협정문을 별도로 도입해 협력 잠재력이 있는 분야의 협력 기반도 마련했다. 특히 양국은 FTA 협정문에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및 팬데믹, 백신, 기후변화 협력을 규정했다. 백신 및 국가별 자발적 감축목표(NDCs) 해외감축 협력이 FTA 협정문에 도입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산업부는 이날 한-캄보디아 FTA 서명식도 화상으로 진행했다. 여 본부장은 서명식에서 "한-캄보디아 FTA는 양국을 이어주는 튼튼한 경제 고속도로"라며 "앞으로 많은 기업과 사람들이 이 고속도로를 통해 자유롭게 왕래하며 더 많은 교역, 더 많은 투자, 더 많은 협력을 이뤄 공동번영의 길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