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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비트코인 ETF 승인…‘10만달러설’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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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 5월 3만달러까지 추락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0월 5일, 5만달러를 돌파하더니 20일 장중 한때 6만6930달러까지 치솟았다. 올해 4월 14일 기록했던 전고점(6만4863달러)을 훌쩍 넘어섰다.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 사이에서는 ‘연내 10만달러설’이 흘러나올 정도로 최근 분위기가 좋다.

비트코인 급등 배경에는 ‘비트코인 선물 ETF’ 출현이 자리한다. 지난 10월 19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비트코인 선물 ETF ‘프로셰어 비트코인 스트래티지 ETF(비토·BITO)’가 상장됐다. 미국 최초의 비트코인 선물 ETF로, 비트코인이 처음 발행된 지 12년 만에 미국 제도권 증권 시장에 정식으로 데뷔한 셈이다.

비트코인 선물 ETF가 대체 뭐길래, 그 출현만으로 비트코인 가격을 이렇게나 끌어올릴 수 있던 걸까.

매경이코노미

10월 1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정문에는 미국의 첫 비트코인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시작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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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투자, 쉽고 안전하게

▷첫날 거래액 10억달러…4.8%↑

비트코인 선물 ETF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먼저 ‘ETF’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ETF란 특정 자산의 가격 변화에 수익률을 연동시킨 펀드 상품을 말한다. 금 가격이 오를 때 수익률이 오르도록 설계한 상품은 ‘금 ETF’, 원유 가격 변화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면 ‘원유 ETF’다. 코스피200이나 S&P500처럼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있다. 기초 자산에 따라 ETF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ETF는 장점이 많다. 먼저, 투자 진입장벽이 확 낮아진다.

예를 들어 원유에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가 ‘원유가 담긴 드럼통’을 사서 집에 보관해놨다 다시 내다 파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원유 ETF는 얘기가 다르다. 주식 종목처럼 언제든, 또 원하는 만큼 쉽게 사고팔 수 있다. 투자자 보호도 강화된다. 정부로부터 검증받은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ETF를 운용하는 데다 그들이 실제로 금이나 원유를 매입해놓은 덕에 사기를 당하거나 가짜 자산에 투자할 일이 없다.

비트코인 선물 ETF 승인에 투자자들이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예전보다 손쉽게 그리고 더 안전하게 비트코인 투자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계좌가 없는 투자자도,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국가에서도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따로 펀드에 가입할 필요 없이 증권 거래 계좌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투자가 가능하다. 거래소나 암호화폐 지갑이 해킹당해 코인이 사라질 일도 없다.

여기에 힘입어 비트코인 선물 ETF는 상장 첫날부터 승승장구했다. 비토 가격은 하루 만에 4.85% 급등, 거래량은 9억84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 상장 첫날 역대 최대 거래량을 기록한 블랙록의 저탄소 전환 ETF ‘블랙록 US 카본 트랜지션 레디네스 ETF’에 이어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매경이코노미

▶“선물 ETF가 이 정도인데”

▷현물 ETF 기대감…금도 ETF 후 급등

하지만 헷갈리면 안 되는 것이 있다. ‘비트코인 선물 ETF’는 비트코인 가격이 아니라 이름처럼 ‘비트코인 선물 가격’을 추종한다는 점이다. 즉,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 가격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된다.

비트코인과 비트코인 선물은 다른 개념이다. 비트코인 선물은 미래 특정 시점에 미리 약정된 가격으로 비트코인을 사고팔 수 있는 계약을 의미한다. 보통은 강세장이 예상될 경우 선물 가격이 오르고 반대로 약세장이 전망될 때는 떨어진다.

예를 들어 10월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6만달러다. 그런데 연말에 비트코인 가격이 10만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10만달러설을 확신하는 투자자라면? 12월에 비트코인을 7만달러에 살 수 있는 선물 계약을 마다할 리 없다. 8만달러, 9만달러에도 매수 계약을 체결할 것이다. 하지만 5만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는 그보다 비싼 가격에 비트코인을 판매할 수 있는 ‘선물 매도 계약’을 원할 테다. 시장 기대감이 선물 가격에 반영되는 것이다.

비트코인 선물 ETF가 성공적인 데뷔를 한 가운데, 비트코인 가격이 앞으로 더욱 오를 것이라고 예측하는 전문가가 많다. 핵심은 ‘비트코인 현물 ETF’ 출현이 머지않았다는 기대감이다. 현물 ETF는 선물 ETF보다 코인 시장에 훨씬 더 큰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살펴봤듯 ETF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자산운용사가 운용액과 맞먹는 기초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비트코인 ETF가 승인되면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당장 막대한 물량의 비트코인을 매수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비트코인 선물 ETF를 준비 중인 발키리인베스트먼트 레아 왈드 CEO는 “미국에서 비트코인 선물 ETF가 나오면서 같은 수준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뛰어올랐다. 투자자들은 이미 선물 ETF를 현물 ETF의 전조 현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투자 시장 곳곳의 자금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올 것이라고 낙관한다”고 말했다.

ETF 투자자 신규 유입에 따른 가격 상승도 기대된다. ETF 승인 시 비트코인은 약 6조7000억달러(약 8000조원)에 달하는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현재 비트코인 시가총액(1조2230억달러)의 5배가 넘는 거대한 규모다. 코인 긍정론자들은 2004년 ‘금 ETF’가 처음 나왔을 당시 금 가격 추이를 비트코인도 그대로 따라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과거 금 ETF로 투자금이 유입되고 자산운용사들이 앞다퉈 관련 상품을 내놓으면서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바 있다. 2004년 온스당 400달러에 머물던 금값은 2009년 5년 만에 1000달러까지 폭등했다. 현재는 온스당 18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제임스 세이파트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선물 ETF 승인은 궁극적으로 현물 ETF로 가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 SEC가 2017년 이후 실물 비트코인 ETF 승인을 모두 거부하고 있지만 선물 ETF 시장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경우 그들의 시선도 달라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현물 ETF 여전히 부정적인 SEC

▷입장 재확인 시 거품 빠질 수도

비트코인 ETF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잖다. “미국 SEC가 선물 때와는 달리 비트코인 ETF 승인은 쉽사리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SEC는 그동안 가상자산 거래소의 시세 조작 가능성을 이유로 비트코인 ETF를 허용하지 않았다. 2013년 자산운용사들이 처음으로 비트코인 ETF 신청서를 제출하고 8년 동안 한결같은 기조다.

SEC는 ‘비트코인 선물은 현물과 달리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미국에서 주(州) 단위로 규제를 받고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와 달리 CME 비트코인 선물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도 비트코인 현물보다 선물이 훨씬 용이하다. 선물 시장은 투자자에 요구하는 최소 증거금이 높은 덕에 고액 자산가나 기관으로 투자자를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현물 시장은 이런 요건이 전혀 없다.

한 암호화폐 관계자는 “SEC는 현물 ETF의 승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발표나 시그널이 나올 경우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던 비트코인의 추가 상승을 짓누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1호 (2021.10.27~2021.11.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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