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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더러운 공장’ 던킨, 민주노총·언론 탓하면 “대가 준다” 점주 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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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피해호소 점주에게 상품” SPC 임원 통화 확인

추가 보도 막으려 “인터뷰 안 하면 가맹점 인수” 제안도


한겨레

공익신고자가 촬영한 던킨도너츠 안양공장 도넛 제조시설 위생상황. 영상은 2021년 7월28일 촬영된 것이라고 공익신고자는 밝혔다. 공익신고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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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신고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를 통해 에스피씨(SPC) 계열 던킨도너츠 생산공장의 위생불량 실태가 드러난 가운데, 에스피씨가 가맹점주에게 ‘(공익 제보와 언론 보도로 인한) 가맹점주의 피해를 호소해달라’고 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장 내부 영상이 공개된 뒤 공익 신고자의 ‘의도’를 문제삼았던 에스피씨가 가맹점주까지 동원한 ‘여론몰이’로 상황을 타개하려 한 것이다.

26일 <한겨레>가 입수한 던킨도너츠 가맹점주 ㄱ씨와 던킨도너츠 임원 ㄴ씨의 통화 내용을 보면, <한국방송>(KBS)에 던킨도너츠 안양공장 위생문제가 보도된 지 이틀 뒤인 지난 1일 임원 ㄴ씨는 “가맹점주의 피끓는 심정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주시면 별도의, 소정의 상품을 좀 드리겠다”고 제안한다. 해당 통화는 언론 보도를 통해 공장의 위생상태를 확인한 ㄱ씨가 에스피씨 쪽에 고객 항의와 매출 감소 등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글을 올리면서 이뤄졌다.

ㄴ임원은 ㄱ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릴 글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회사가 해당 내용을 언론에 제보했다고 지목한 ‘민주노총’과 처음 보도한 <한국방송>, 던킨도너츠 안양공장 위생 상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식약처 등을 비판하면서 “(이들 때문에) 피해보는 사람이 누구인가. 나다. 이게 얼마나 피끓는 현실인가. 이걸 한줄만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려주시면 저희가 홍보 쪽에 좀 해서 어떻게 좀 해보겠다”고 말했다. 또 “안 그래도 그걸(가맹점주를 통한 홍보) 좀 하자고 조금 전에 회의를 했다”며 가맹점주를 통한 ‘여론전’이 조직적 판단에 의해 이뤄졌음을 의심할 수 있는 발언을 이어갔다.

ㄱ씨는 회사의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 5일 던킨도너츠 안양공장 뿐만 아니라 다른 공장에서도 위생 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식약처의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다른 점주들과 함께 고객에게 사과하는 인터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ㄱ씨는 지난 21일 <한겨레>와 만나 “손님들에게 우리 도넛은 언론에 보도된 안양공장이 아니라 신탄진공장에서 만든 것이라 안심해도 된다고 말씀 드렸는데, 식약처 조사 결과 신탄진공장도 마찬가지여서 정말 놀랐다”며 “손님들에게 비위생적인 빵을 팔았다는 죄책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에스피씨는 지난 6일 저녁 방송 인터뷰 장소까지 점주들을 찾아왔다. 이 인터뷰에 응한 또다른 점주 ㄷ씨는 “소비자에게 ‘왜 더러운 빵을 팔았냐’는 말을 듣는 상황에서 본사 책임일지라도 가맹점주라도 나서서 사과를 해야겠어서 나선 것”이라며 “우리 말고도 함께 인터뷰하려 했던 다른 점주가 있었지만 본사 직원들 때문에 함께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본사 직원들은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인터뷰 장소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인터뷰 뒤에도 본사는 ㄱ씨의 인터뷰 내용이 보도되지 않게 하려 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ㄱ씨와 임원 ㄴ씨의 대화내용을 들어보면, ㄴ씨는 “‘에스피씨는 위생도 외면하고 점주도 외면한다’는 것이 인터뷰한 기사의 내용”이라며 제작도 되지 않은 기사의 내용을 확정된 것처럼 말하거나, “보도가 나가면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돼 모두가 힘들어질 수 있다”며 인터뷰 포기를 종용했다. 뿐만 아니라 ㄴ씨는 ㄱ씨를 직접 만나 ㄱ씨의 가맹점을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구체적인 금액도 제안했다. ㄱ씨는 “너무 힘들고 악에 받쳐서 ‘이렇게 할 거면 본사가 인수하라’고 말한 사실은 있지만, 언론 인터뷰 하나 때문에 가맹점을 인수하겠다고 하니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한겨레>와 인터뷰한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가맹점의 위생에 대해선 매우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하면서도, 공장 위생에는 소홀했던 것에 대해 배신감을 호소했다. ㄷ씨는 “본사에서 위생 점검을 나오면, 세균이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근무자의 손과 싱크대를 면봉으로 시료를 채취해가고, 근무자들이 먹던 물컵을 테이블에 올려만 놔도 지적한다”며 “공장 위생 상태를 제보한 제보자가 의도를 갖고 영상을 찍으려 했다 하더라도, 우리(가맹점주)를 ‘잡는’ 것처럼 관리했다면 본인들(본사)도 걸리지 않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ㄱ씨도 “5일이라도 공장을 셧다운하고 소비자에게 사과하고 신뢰를 회복했어야 했다”며 “지금도 상생 방안이라고 대책을 내놓지만, 소비자의 신뢰회복 없이는 가맹점주들만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에 대해 에스피씨 쪽에 여러 차례 해명과 반론을 요청했지만, 에스피씨 쪽은 응하지 않았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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