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제외한 전세대출 원천적 차단 목적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소매금융을 취급하는 17개 은행은 모두 임대차(전세)계약 갱신에 따른 전세자금 대출의 한도를 '임차보증금(전셋값) 증액 금액 범위 내'로 축소하기로 합의했다.
이들 은행은 임대차계약서상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만 전세자금 대출을 내줄 방침이다. 현재 은행들은 신규 임차(전세)의 경우, 입주일과 주민등록전입일 가운데 이른 날로부터 3개월 이내까지 전세자금 대출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잔금 지급일 이전까지만 대출을 내주게 되면 대출 신청 가능 기간이 크게 줄어든다.
은행들은 1주택 보유자의 비대면 전세대출 신청도 막는다. 따라서 앞으로 1주택자는 꼭 은행 창구에서만 전세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케이뱅크의 1주택자 비대면 전세대출의 경우 당국이나 업계가 무리하게 막지 않는 분위기다. 케이뱅크는 지난 18일 회의에서 대면 창구가 없는 인터넷 은행으로서 1주택자 비대면 전세대출 금지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전세대출 규제 강화 합의안은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27일부터 우선 도입한다.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 외국계은행 등 나머지 은행들도 모두 5대 은행과 같은 전세 대출 규제에 동참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늦어도 이달 안에 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명백한 '실수요'를 제외한 전세대출을 더 강하게 조이는 데는 자칫 전세자금대출이 부동산·주식 등 자산 투자에 흘러드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임차보증금(전셋값)이 최초 4억원에서 6억원으로 2억원 오른 경우, 지금까지 기존 전세자금대출이 없는 세입자는 임차보증금(6억원)의 80%인 4억8000만원까지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최대한 대출을 받으면 오른 전셋값 2억원을 내고도 2억8000만원이 남아, 여윳돈을 투자 등에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출 한도를 최대 '전셋값 증액분까지'로 묶으면 해당 세입자는 인상분인 2억원만 빌릴 수 있다.
전세계약이나 입주가 끝난 뒤 받는 전세자금 대출을 막는 것도 같은 이유다. 본인 자금이나 가족·친척 등으로부터 빌린 돈으로 전셋값을 이미 해결하고도 입주나 주민등록상 전입 후 3개월 안에 전세자금을 또 은행에서 대출받아 다른 곳에 쓸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자는 취지다.
은행권 관계자는 "실수요 가능성이 낮은 전세자금 대출을 최대한 걸러내 규제하자는 것"이라며 "올해 늘어난 가계대출의 절반가량이 전세자금대출인만큼,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됐더라도 불필요한 전세자금대출은 은행 입장에서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형석 기자 khs8404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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