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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석탄소비는 많은데…저장고 ‘자연발화 위험’은 사실상 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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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저장고 공기중 산소 접촉으로 자연발화 위험 상존

야외 저장고 실내 둬도 위험 큰데 물뿌려 분진 막는 수준


한겨레

경남 고성군 한국남동발전 삼천포발전소에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저탄장 관리 확인을 위한 드론 시범비행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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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석탄 수입은 세계 4위, 소비는 5위, 1인당 소비는 2위이다. 지난 한해 석탄 수입량만 1억2359만4168톤에 이른다.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 18일 2050년까지 석탄 발전을 폐지하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확정 발표했다. 석탄산업을 중단하면 석탄 좌초자산만 100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탄소중립위원회 시나리오대로 진행된다 해도 탄소중립을 이루는 2050년까지 40년 동안은 석탄과 ‘동거’해야 한다. 석탄은 발전 단계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지만, 발전 이전에 땅속에서 채굴되는 순간부터 온실가스를 만들어낸다.

공기 속 산소와 접촉해 산화하면 열이 발생하고, 이 자기발열 상태에서 석탄은 메탄(CH₄) 등 온실가스를 비롯해 60여종의 유해가스를 배출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3배나 높다.

석탄을 쌓아놓는 저탄시설에서 자연발화로 인한 화재와 유해가스로 인해 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적지 않다. 2015년에는 당진화력 저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일주일 넘게 계속되면서 인근 마을 주민들이 가스와 악취로 고통을 겪기도 했다. 주민들이 석탄가루와 화재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고 나서자 발전회사들은 2015년 이후 석탄발전소 건설 때 저탄장을 옥내에 두기 시작했다. 환경부도 2019년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2024년까지 저탄시설 옥내화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옥내에 석탄을 저장한다고 화재 위험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한국수력원자력과 화력발전 5개사가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옥내 저탄시설에서 9차례의 화재가 발생했다.

문제는 옥내 저탄장이 자연발화, 분진폭발 등 위험에 취약한 시설임에도 석탄발전소들은 자연발화에 ‘관찰 뒤 화재가 발생하면 진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현태 한서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옥내 저탄시설은 친환경적 석탄저장방법으로 필수적이지만 열 배출과 선입선출 문제점으로 자연발화에 취약해 대책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5월 제조업 등 산업현장의 폭발·화재 사고 예방을 위한 10개 개선 과제를 마련하면서 “석탄저장시설 안 자연발화에 의한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저장탱크에 분진고착을 방지하기 위한 추타설비(분진을 부착시킨 뒤 털어내는 장치)와 내부 온도센서를 설치하는 등 안전설비 투자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발전소·제철소가 비산먼지 대책으로 물을 뿌리거나 값싼 표면경화제만 사용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석탄을 저탄시설에 하역하기 전에 분진 발생을 막는 습윤성 약제를 섞거나, 쌓아 저장하기 전에 산화와 휘발을 억제하는 자연발화억제제를 뿌려 분진과 온실가스, 미세먼지 발생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발화억제제 및 분진억제제 개발·제조사인 미산이앤시 이광희 대표는 “석탄을 부리거나 쌓을 때 물을 뿌리면 물에는 산소가 존재해 습윤열이나 산화열이 발생하고 기화하면서 불이 날 수 있다. 또 물을 많이 뿌리면 석탄물이 흘러나와 주변 토지를 오염시킬 수 있다. 물은 되도록 적게 쓰면서 전용 약제를 거품 형태로 분사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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