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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시진핑이 조종석 앉았던 ‘중국판 아파치’ 대만 방공구역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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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격헬기 WZ-10, 대만 방공식별구역 진입
전례 없는 헬기 도발, "공중강습훈련 예비단계"
시진핑이 애착한 中 독자개발 헬기가 선봉에
한국일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9월 육군 79집단군 예하 항공여단을 찾아 독자개발 WZ-10 공격헬기 조종석에 직접 올라 헬멧을 쓴 채 안내요원과 대화하고 있다. 군부대 시찰에서 이 같은 장면을 연출한 것은 이례적이다. CC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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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을 무력화하려는 중국 군용기의 출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5일 150대가 ADIZ에 진입했고, 지난해 380회로 집계된 출격 횟수가 올해 벌써 600회를 훌쩍 넘어섰다. 급기야 중국은 전투기, 폭격기, 전자전기 등 기존 항공기 외에 헬기까지 투입했다. 대만을 압박하려 다양한 전쟁 시나리오를 점검하는 중국이 도발 강도를 높이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26일 “7대의 중국 군용기가 ADIZ를 침범했다”며 “그간 볼 수 없었던 WZ-10 공격헬기와 Mi-17 수송헬기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중국군 헬기가 대만 ADIZ를 넘은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 군사 소식통은 27일 “병력을 이용한 공중강습훈련의 예비단계”라며 “실전을 염두에 둔 중국군이 다양한 형태의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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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사상 처음으로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한 중국 WZ-10 공격헬기. 대만 국방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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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WZ-10은 중국이 독자 개발한 최초의 공격헬기다. 중국은 현존 최고성능으로 평가받는 미국 아파치 가디언(AH-64E) 공격헬기에 버금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판 아파치’로도 불린다. 공대공ㆍ공대지 미사일을 장착해 선박, 전차, 차량 킬러로 정평이 나 있다. 중국이 대만에 상륙작전을 감행할 경우 선봉에 설 전력으로 꼽힌다. 현재 500여 대의 WZ-10을 운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WZ-10은 시진핑 주석이 애정을 과시하면서 주목을 끌었다. 2018년 9월 랴오닝성 육군 79집단군을 시찰할 당시 시 주석은 WZ-10 운용부대를 방문해 이례적으로 직접 조종석에 앉아 헬멧을 쓰고 한참을 물어보며 큰 관심을 보였다. 지상군 전투에서 미국에 밀리지 않는다는 중국의 역량을 부각시킨 상징적 장면이었다. 이후 3년이 지나 대만을 겨냥한 최전선에 공격헬기를 투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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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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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맞춰 시 주석은 2027년 인민해방군 창건 100주년을 거론하며 군사 현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26일 베이징에서 열린 과학기술 혁신성과 전시회에 참석해 “군사무기와 장비 개발의 역사적 성과가 중국의 전략적 능력에 대한 물질적, 기술적 토대가 됐다”면서 “100년 목표 실현을 위해 새 지평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분발을 촉구하자 중국 매체들이 여론전에 앞장섰다.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전쟁이 발발할 경우 대만인들은 줄행랑을 칠 것”이라며 “차이잉원 정권은 버티지 못하고 항복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봉황망은 “대만 젊은이들의 전쟁 수행 의지는 박약하고 군대에는 대만 독립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면서 “대만은 군사력 대비가 부족하고 사기가 떨어져 도저히 중국과 맞설 수 없다”고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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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대만 사이에 위치한 프라타스 군도. 대만군이 주둔하고 있지만 대만보다 홍콩과 더 가깝다. 바이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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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대만과 사이에 있는 섬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미국 CNN은 26일(현지시간) 신미국안보센터(CNAS) 워게임 결과를 인용, 프라타스 군도를 중국이 점령한다면 미국이 중국과 전쟁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프라타스는 홍콩에서 320㎞, 대만에서 410㎞ 떨어진 곳으로 대만 병력 500명이 주둔하고 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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