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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공정위, 장남 회사에 일감 몰아준 하림에 49억 원 과징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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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국 회장 2012년 장남에게 지배회사 올품 증여
동물약품·사료첨가제 올품 통해서만 구매토록 바꿔
2012년부터 5년간 올품이 올린 부당이익 70억 원
한국일보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27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하림그룹의 '올품' 부당 지원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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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를 동원해 총수 장남이 소유한 회사에 부당 이익을 제공한 하림에 49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지배회사인 올품(구 한국썸벧판매)을 장남에게 증여한 뒤 계열사들이 올품을 통해서만 거래하는 방식으로 70억 원의 이익을 제공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올품을 부당지원한 하림 계열사 8곳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48억8,8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앞서 2012년 1월 김 회장은 장남 김준영씨에게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올품 지분 100%를 증여했다. 이후 하림 계열사들은 경영권 승계 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올품에 막대한 이익을 몰아줬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양계용 동물약품만 제조했던 올품은 2012년부터 동물약품 시장의 40% 이상 차지하는 양돈용 동물약품에 진출, 양돈용 복제약을 생산했다. 그러나 인지도가 낮아 매출 확대 한계에 부딪히자, 하림은 2012년부터 2017년 2월까지 그룹 내 계열 양돈농장에 올품을 통해서만 동물약품을 구입하도록 했다.

이 같은 '통합구매'의 대외적 명분은 대량구매를 통한 비용절감이었으나, 정작 계열사들은 올품이 높은 판매마진을 남길 수 있도록 동물약품을 고가에 구입해왔다. 실제 계열사인 팜스코가 대리점 직거래로 산 동물약품 가격은 통합구매 가격보다 14.4% 낮았다.

계열 사료회사들의 기능성 사료첨가제 구매 방식 역시 2012년부터 제조사 직접 구매에서 통합구매로 바뀌었다. 계열사들은 올품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거래하던 사료첨가제 제조사에 기존 직접구매 가격보다 3% 인하한 가격으로 동일 제품을 올품에 공급할 것을 요구했다.

3% 단가 인하에 따른 차액은 올품의 중간마진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통합구매로 인한 원가절감은 발생하지 않았다. 올품은 이 같은 방식으로 5년간 17억2,800만 원의 이익을 올렸다.

올품에 주식을 저가 매각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림지주는 한국썸벧판매가 올품으로 이름을 바꾸기 전 계열사로 있던 구(舊) 올품의 주식 100%를 한국썸벧판매(현 올품)에 판매했다.

이때 구 올품이 갖고 있던 NS쇼핑 지분 2.6%의 주식평가가치를 시세보다 낮게 평가해 올품이 차익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당시 NS쇼핑은 주당 5만3,000~15만 원에 거래됐음에도 구 올품은 취득원가인 주당 7,850원으로 산정해 매도했다. 올품이 세 가지 행위를 통해 올린 이익은 70억 원에 달한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하림 계열사의 부당지원은 총수 2세가 지배하는 올품의 경쟁력과 무관하게 시장 집중을 일으키고, 경쟁 제조사 제품의 대리점 유통을 어렵게 해왔다”며 “총수일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지원행위를 철저히 감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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