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3 (월)

"너희도 한번 당해봐?"… 공익신고자 콕 찍어 고발한 구례군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일보

공익신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순호 전남 구례군수가 작년 8월 수해 당시 재난폐기물과 생활폐기물 처리량이 조작됐다고 공익신고한 공무직 청소노동자를 고발했다. 공익신고자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내부 자료를 무단 유출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관련 의혹이 하나둘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터에 김 군수가 비위 사실을 언론과 검찰에 알린 직원들을 색출해 고발한 것이어서 "보복성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김 군수는 지난달 24일 청소노동자(환경미화원) A씨 등 4명을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례경찰서에 고발했다. 김 군수는 고발장에서 "A씨와 B씨가 (7월 초쯤)폐기물 계량시스템에 대한 취급 권한이 없는 C씨와 D씨에게 접근해 재난폐기물과 생활폐기물 일일 계량 내역을 유출해 줄 것을 교사했다"며 "이에 C씨와 D씨는 폐기물 계량시스템에 무단 접근, 일일 계량 내역을 출력하거나 이동식 저장장치(USB)에 담아 A씨 등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A씨 등은 구례군이 지난해 8월 수해 때 발생한 재난폐기물을 수거·처리하는 과정에서 생활폐기물 적환장 계근 리스트에 애초 반입되지 않았던 재난폐기물량을 사후에 추가하는 등 처리 물량을 조작하고, 처리비(국고보조금)도 유용했다는 의혹을 지난 7월 말 한국일보에 공익 제보했다. 이어 김 군수와 폐기물 처리 담당 공무원 등 9명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공익신고)했다. 이 사건은 현재 전남경찰청에 배당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김 군수가 A씨 등을 고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익신고자에 대한 보복 행위 논란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구례군은 재난폐기물 처리비(국고보조금) 유용 의혹이 한국일보에 보도(7월 22일자 11면·29일자 13면)되자 자체 감사에 착수해 제보자로 A씨 등을 색출했다. 특히 구례군은 감사 과정에서 A씨와 B씨에게 의무도 없는 참고인 출석 요구해 놓고 이들이 불응하자 징계위원회에 넘겼으나 징계를 보류했다. 누구든지 공익신고자 등에게 공익신고 등을 이유로 불이익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 시비를 자초한 셈이다. 이후 구례군은 경찰이 관련 비위 등에 대해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감사를 중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군수가 A씨 등을 콕 찍어 고발한 것을 두고 "화풀이성 고발 아니냐"는 비난이 나온다. 김 군수의 고발 행위엔 '너희도 한번 당해봐'라는 복수 심리가 기저에 깔려 있다는 얘기다. 실제 경찰 안팎에서 "A씨 등이 부정한 목적으로 계근 내역을 유출한 게 아닌데, 이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이런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A씨 등은 발끈했다. A씨 등은 "공익침해행위를 신고한 직원들을 색출해 해코지하려는 게 군수가 할 일이냐"며 "공익신고자에게 불이익한 처우를 하지 못 하도록 한 공익신고자 보호법을 김 군수가 알고도 고발을 했다면 해당 법 위반 소지가 다분한 만큼 김 군수를 추가 고소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