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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우주개발의 새 틀을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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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왜냐면] 조광래|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첫 발사가 안타깝게 실패했다. 우리 기술로 개발한 누리호의 첫 도전은 실패의 기록으로 쓰여지게 됐다. 누리호 개발에 보내준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아쉽지만 단 1%의 실패도 엄연한 실패이다. 쉽지 않겠지만 지금의 실패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실패를 인정하고 원인을 찾아 규명하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기술적으로 한 발 더 앞으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미국, 러시아, 유럽, 일본, 중국 등 우주 선진국들은 수많은 발사체 개발과 발사의 경험이 있다. 이들 국가 역시 성공과 실패의 과정 속에서 많은 비행 데이터를 확보했고 발사체 기술을 발전시켜왔다. 발사 실패의 고통을 이겨내며 발사체 선진국이 됐다.

이제 누리호는 첫 발사를 한 것에 불과하다. 물론 발사 성공이냐 실패냐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이미 우주발사체 개발 기술을 확보했다. 우주발사체는 평화적 목적이든 아니든, 실질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로 간주해 국가 간의 기술 이전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냉엄한 상황에서 우리는 독자 기술로 누리호의 설계, 제작, 시험, 발사 운용에 이르는 모든 기술을 확보했다. 우리 위성을 우주로 발사할 수 있는 고유의 발사체 개발 능력을 확보했기 때문에 첫 발사 결과에 너무 연연할 필요가 없다. 시행착오와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술과 경험이 축적되고 발전한다. 누리호 개발에 나로호 개발의 경험과 기술이 디딤돌이 되었듯이 이번 결과 역시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다.

이번 누리호 발사에 세계 각국이 주목했다. 이제는 우주개발의 미래를 새로운 틀에서 짜야 할 시점이다. 현재로선 누리호 이후의 새로운 발사체 개발 계획이 없다. 누리호 엔진의 성능을 더 높이고 재점화 엔진 기술 등 새로운 발사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이로써 더 무거운 위성은 물론 달 탐사선도 발사할 수 있어야 한다. 멈칫하면 2030년까지 달 착륙선을 우리 발사체로 발사하는 것도 어렵다. 달 궤도선이 외국의 발사체로 발사되지만 달 착륙선은 우리 발사체로 달에 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 힘으로 우주탐사를 실현하는 것이다.

변화하는 우주개발 패러다임에 맞는 우주개발 거버넌스도 필요하다. 이제는 우주개발 전담 조직인 우주청을 설립해야 한다. 미국은 옛 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에 충격을 받고 지금의 항공우주청(NASA)을 만들었다. 케네디의 강력한 비전과 공약대로 10년 안에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디뎠다. 우주 선진국은 형태는 다르지만 우주개발을 전담하는 조직이 존재한다. 심지어 우리보다 우주기술 수준이 낮은 국가들도 우주청이 있다.

우리도 북한의 대포동 발사 충격으로 발사체 개발이 속도를 내는 듯했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과 인력, 부족한 기술력 외에도 우주개발 전담 조직이 없다는 한계로 살얼음판을 걷는 우주개발을 해왔다. 이제는 우주개발이 과학기술 차원을 넘어 국방, 안보, 환경, 사회, 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의 파급효과를 내도록 우주청을 만들어야 한다.

우주개발 예산도 늘어야 한다. 지난해 기준 국내 우주개발 투자 규모는 미국의 1.5%, 중국의 8.1%, 일본의 21.7%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도 우리 투자 규모는 낮은 수준이다. 이렇게 해서는 우주 시대를 열 수 없다. 아폴로 프로젝트로 미국은 세계 최강의 우주개발국이 되었고 뉴스페이스와 우주경제의 중심지가 되었다. 우리는 우주개발의 시작이 늦었고 강력하지 못했다. 지금처럼 해서는 우주개발의 미래가 밝지 않다. 우주는 피할 수 없는 미래다. 우주개발은 국가안보, 국민 안전과 생활, 경제와 산업 등과 밀접하다. 세계 우주개발의 흐름에 맞는 새로운 우주개발의 틀을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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