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1 (토)

노태우 전 대통령 장지는 통일동산?…파주시민 의견 ‘충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재임시 조성…파주시민 의견 엇갈려

한겨레

경기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 살래길 표지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6일 숨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지로 노씨가 대통령 재임 시에 조성한 경기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27일 파주시와 유족 등의 설명을 들어보면, 노씨의 유족은 고인의 생전 뜻을 받들어 파주시 통일동산에 모시는 것을 협의 중이다. 유족은 지난 26일 “생전에 이루지 못한 남북 평화통일이 다음 세대에 이뤄지길 바란다”는 내용의 유언을 공개하며, “장지는 이런 뜻을 받들어 재임 시에 조성한 통일동산이 있는 파주시로 모시는 것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노씨 쪽은 지난 6월 파주시를 방문해 노씨의 장지로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 인근을 사용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파주시는 “통일동산은 관광특구(2019년 지정)와 도시관리계획지구로 지정돼 법적으로 장묘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노태우씨는 교하 노씨로 파주시 교하읍에 선산이 있고, 대통령 재임시 자유로와 통일동산을 조성하는 등 파주와 인연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의 거듭된 요청에 파주시는 “정부의 입장과 파주지역 시민사회단체, 언론계, 종교계 등의 의견을 들어본 뒤 검토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노씨의 장지와 관련해 파주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이병호 남북교육연구소장은 “생전에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했기 때문에 묘를 통일동산에 쓰겠다는 것까지는 좋으나, 기념공원 조성은 안된다. 묘비에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한 13대 대통령 노태우’ 정도를 새기고 묘지, 묘비도 검소하게 만드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시의 한 공무원은 “파주는 노태우 혜택을 많이 받은 도시다. 노태우 임기때 자유로 건설, 통일동산 조성으로 교하, 탄현, 운정신도시 개발의 길을 열었고, 특히 탄현지역은 당시 민간인통제구역이었으나 자유로, 통일동산 조성을 계기로 민통선에서 해제되어 발전의 계기가 되었다. 성역화나 공원 조성은 과하지만 작은 개인묘지는 적법한 절차를 거친다면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 민아무개씨는 “통일동산에 묻히고 싶다는 고인의 마음까지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광주시민을 학살한 노태우 기념공원을 우리동네에 만드는 것은 두고보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파주 통일동산은 1989년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 발표에서 제시된 ‘평화시 건설구상'의 일환으로 파주시 탄현면 성동리 일원에 조성된 안보관광단지로 1996년 준공됐다. 인근에 오두산통일전망대와 맛고을, 헤이리 예술인마을 등이 자리하며, 2012년 장준하 선생 묘소와 장준하공원이 조성돼 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