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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인류의 운명 결정할 CO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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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왜냐면] 양연호|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인류의 운명을 가를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31일 영국에서 개막한다. 120여명의 세계 정상 등 2만5천여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코로나 이후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이다. 이번 총회에서 참가국들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엔디시) 상향안을 발표한다. 지구의 미래를 위해 금세기 중반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사실상 이 엔디시로 윤곽이 잡힌다. 미국의 존 케리 기후특사는 이번 총회에 대해 “향후 10년을 향한 출발선”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월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과학자 234명이 참여한 보고서를 통해 지구가 절체절명의 위기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혁명 이후 기온이 1.09℃ 오르면서 기후변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세계는 올해 가혹한 폭염과 가뭄, 홍수를 겪었다. 과학자들은 온도 상승 폭이 1.5℃에 이르면, 새로운 단계의 재앙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기온 상승을 1.5℃ 내에서 억제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전세계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10년 대비 45% 이상 감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번 총회에서 공개될 세계 각국의 강화된 엔디시가 주목받는 이유가 여기 있다. 영국은 1990년 대비 68%, 유럽연합은 55%, 미국은 2005년 대비 50%의 감축목표를 제시하며, 과거보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는 각국의 엔디시 발표를 지켜보며, 기후정책을 선도하는 국가가 책임 있는 글로벌 리더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최근 발표한 엔디시는 2018년 대비 40% 감축에 그쳤다. 감축 기준 연도인 2018년은 총배출량으로 집계하면서 목표 연도인 2030년은 순배출량으로 계산하는 식의 꼼수를 배제하면, 실질적인 엔디시는 30%에 불과하다. 그 양이나 내용에서 국제사회의 냉소를 피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국내 산업계는 이 정도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산업활동으로 인한 심각한 기후위기가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전세계적인 탄소와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애플, 구글 등 미국의 주요 기업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을 요구하고 나섰고, 글로벌 공급망 차원의 탈탄소를 추구하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등 국제 투자자들은 탄소 감축에 미온적인 기업들을 투자 목록에서 배제하고 있다. 유럽연합이 2026년부터 탄소국경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 탄소배출 기업들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진다.

한국은 급속한 산업화로 누적 탄소배출량이 북유럽 5개국과 포르투갈의 누적 배출량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 온실가스 배출에 있어 한국도 책임이 크다. 정부는 당장의 이익에만 급급한 국내 일부 산업계의 근시안적인 주장에 휘둘리지 말고, 더 멀리 봐야 한다. 한국은 2009년에 정했던 2020년 감축목표를 슬그머니 2030년으로 미루면서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이제부터라도 정면 돌파해야 한다. 이번 총회는 한국이 책임 있는 글로벌 리더로서 위상을 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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