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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레오스 카락스의 ‘사심 가득’ 첫 음악영화 ‘아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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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배우들 모든 대사가 노래

칸 개막작으로 감독상 받아


한겨레

음악영화 <아네트> 스틸컷. 왓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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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스타가 된 헨리(애덤 드라이버)는 정상급 오페라 가수 안(마리옹 코티야르)과 목하 열애 중이다. 대중의 관심과 미디어의 호들갑 속에 결혼한 그들은, 딸 아네트를 낳고 행복한 한때를 보낸다. 그러나 불행의 그림자는 이내 다가온다. 슬럼프에 빠진 헨리는 승승장구하는 안이 못마땅하다. 함께 요트 여행을 떠나지만 폭풍우를 만나며 결국 비극이 벌어진다. 어린 아네트와 살아남은 헨리는 딸에게 엄마와 같은 천부적인 가창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헨리는 아네트를 내세워 돈을 벌고 아네트는 이런 아빠를 멀리한다.

27일 개봉한 <아네트>는 프랑스 출신 거장 레오스 카락스가 처음으로 연출한 음악영화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감독상을 받은 이 작품에서 주연 배우들은 모든 대사를 노래로 소화한다. 사랑을 나누는 베드신에서도 두 배우의 노랫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마리옹 코티야르가 연기한 오페라 장면은 완성도를 위해 전문 가수의 목소리를 덧입히는 식으로 녹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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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영화 <아네트> 스틸컷. 왓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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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미로운 노래에 몽환적인 영상이 더해져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아네트>는 미국 밴드 ‘스파크스’(SPARKS)가 영화의 원안과 음악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스파크스로부터 스토리라인과 15곡이 담긴 데모테이프를 받고 영화화를 결정한 카락스 감독은 원래 <퐁네프의 연인들>(1991)을 뮤지컬 영화로 만들고 싶었지만 직접 작곡을 할 수 없어 포기했던 적이 있다.

<나쁜 피>(1986), <폴라 엑스(X)>(1999) 등을 통해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으로 불린 카락스는 <아네트>에서 시종 발랄한 연출을 구사한다. 10대 시절부터 자신을 사로잡은 스파크스의 음악을 좋아했다는 카락스 감독은, 스파크스를 영화의 오프닝과 투어 장면, 엔딩에 등장시켜 팬으로서의 사심을 과시한다. 또한 오페라나 뮤지컬 공연장 멘트처럼 영화 시작 전 “모두 집중해달라”며 심지어 “숨도 쉬지 말라”고 직접 내레이션까지 한 감독은 이윽고 딸 나스티아와 함께 출연까지 하기에 이른다. 그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딸이 태어나기 전과 후로 구분할 정도로 ‘딸바보’로 알려져 있다. <아네트>를 ‘딸에게 바치는 영화’라고 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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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영화 <아네트> 스틸컷. 왓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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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주·조연 배우들이 스튜디오에서 나와 거리를 걸으며 함께 노래를 부르는 오프닝 장면은 음악영화 <라라랜드>(2016)의 차량이 정체된 고가다리 위 합창신과 비견될 만큼 인상적이다. 엔딩도 위트가 넘친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던 중간에 마치 커튼콜처럼 모든 출연자와 스태프, 카락스 감독과 딸이 출연해 “집에 조심히 돌아가시라”며 “관람이 만족스러웠다면 주변에 알려달라”고 너스레를 떤다.

지난달 열린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카락스 감독은 “(부산에 오니) 살아 있음을 느낀다”며 “<아네트>는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나쁜 아빠의 이야기”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최근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여러편 봤다. 출연한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훌륭했다”며 “<오징어 게임>을 딸이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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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트> 오프닝 장면에 딸과 함께 출연한 레오스 카락스 감독. 왓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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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아네트>는 멀티플렉스 씨지브이(CGV)가 신설한 ‘이동진의 언택트톡’의 첫번째 영화로 선정됐다. 영화가 끝난 뒤 미리 녹화한 영화 해설 영상을 상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30~31일 <아네트> 상영 이후 카락스 감독과의 대담으로 첫선을 보인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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