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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사설] ‘영장 기각’ 손준성 검사, 공수처 조사에 성실히 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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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2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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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사전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26일 밤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된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청구한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공수처 수사에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해졌지만, 검찰의 선거 개입과 검찰권의 사유화라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 공수처는 더욱 탄탄한 증거 확보를 통해 반드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기 바란다. 손 검사도 더 이상 수사를 피하지 말고 공수처 소환 조사에 응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은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자 공수처가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공수처가 손 검사를 직접 조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손 검사가 소환 조사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이달 초부터 조사 일정을 조율해왔는데, 손 검사는 차일피일 조사를 미뤄달라고 요구했다. 11월5일로 예정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때까지 버티면 그 뒤로는 공수처가 정치적 부담 탓에 수사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물론 공수처가 섣불리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보다는 ‘조사 불응’을 이유로 체포영장을 한번 더 청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발 사주’ 의혹에는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연루돼 있다. 공수처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사임에 틀림없다. ‘손준성 보냄’으로 표기된 텔레그램 메시지, 또 다른 핵심 인물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전화통화 녹음파일 등 구체적인 물증이 속속 나오고 있는데도 공수처가 좀처럼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한 이유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번 사건의 열쇠를 쥔 인물로 꼽히는 김웅 의원도 국정감사를 이유로 공수처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핵심 피의자 2명이 사실상 조사를 거부하는 상황에선 범죄에 대한 소명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김웅 의원을 포함해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들은 모두 전·현직 검사들이다. 검사 생활을 통해 체득한 수사 대응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자신에 대한 수사를 피하려 한다면, ‘법꾸라지’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손 검사와 김 의원은 더 이상 구차한 변명 늘어놓지 말고 공수처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 그것이 누구보다 법을 지켜야 할 공직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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